제동걸린 경찰서 부지매입, 경주시 졸속, 꼼수, 불통행정이 원인
제동걸린 경찰서 부지매입, 경주시 졸속, 꼼수, 불통행정이 원인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7.04.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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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의회 문화행정위원회(위원장 김동해)가 11일  경주경찰서를 매입해 문화원을 신축하겠다는 내용의 2017년 제3차 경주시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을 보류의결 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제222회 임시회 상임위 회의를 열고, 경주시가 110억원을 들여 경주경찰서를 매입한뒤, 경주문화원을 신축하겠다는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을 위원회 만장일치로 보류한것이다. 

회의직전 만장일치 승인방침...회의중간 돌변

▲ 11일 열린 시의회 문화행정위원회 회의 모습.
11일 회의직전 까지만 해도 시의회 문화행정원회 내부적으로는, 경주시가 경찰서 부지를 매입하는데 찬성하자는 쪽으로 내부방침이 결정돼 있었다.

경주경찰서 건물이 노후화 한데다 워낙 비좁아 근무하는 경찰관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불편이 적지 않다는 ‘경찰서 이전 신축 필요성’에 대부분의 시의원이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장일치로 부지매입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은 가결하되 졸속으로 추진한 문화원 신축계획안은 다시 검토하고, 향후 활용방안까지 재수립할 것을 요구하는 ‘조건부 가결방침’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본지 취재로도 확인됐고, 회의직전 이같은 전망을 속보로 보도하기도 했다.

문화행정위 회의가 시작된직후 시의원들의 분위기는 대체로 이같은 기류에 따라 흘러 가는 듯 했다.

10일 전체의원간담회에서 경주시 행정의 문젯점을 집중 제기했던 김영희 의원의 발언에서도 이같은 기류가 드러났다.
문화행정위 부위원장인 김 의원은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서 경주시 행정의 문젯점을 질타하면서 “경찰서 건물및 부지를 매입하더라도, 향후 무엇을 할지는 원점에서 재검토 하고 계획을 새롭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매입안의 승인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집행부측이 경주시의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실패하면서 분위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최덕규 의원의 질문에 대해 경주시에서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면서 회의장 분위기가 돌변한 것이다. 최 의원의 질문은 “경찰서 이전 및 신축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할 일인데, 왜 경주시가 앞장서 부지를 매입하려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주시의 적절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다음은 최석규 의원의 발언요지.
“경찰서 자산은 지재부 소유이고 관리기관은 행정자치부인데, 국가기관의 일을 지자체인 경주시가 떠 맡으려 하는 이유가 뭔가?
경찰서 이전이 필요하면 기재부와 행자부등이 이전 계획을 수립하고, 경찰서 부지를 매각한다고 하면 그때 가서 경주시가 사면 되는데, 거꾸로 왜 경주시가 매입을 하려고 하는가?
경찰이나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을 왜 경주시가 나서서 하는지 의문이다.
경주경찰서가 이전 신축할 부지가 정해지지도 않은 것 아닌가?
경찰이 하면 될일을 왜 경주시가 앞장서 떠 맡아 하려고 하는지,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많은 시민들은 정작 옮겨가야 하는 것은 경찰인데, 왜 시가 부지를 사려고 하고, 결과적으로 주변 상권을 침체시키려 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경찰서가 이전한후에 매각한다면 경주시가 매입을 하고, 제2시청사를 하든가, 문화원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경주시 용역결과 따라 추진...시의원들 용역자체가 잘못 비판

경주시 실무자는 “경주시가 추진한 문화원 이전 용역결과를 보고 경찰이 경주시에 (경찰서 부지 매입)협조 요청한 것이며 이에 따라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 김문호 경주시 시민행정국장
경주시가 지난해 2000만원을 들여 사단법인 경북정책연구원에 의뢰한 경주문화원 건립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맡겼는데, 용역기관에서 경주경찰서 부지를 제1순위로 제시했으며, 그결과에 따라 경주시와 경찰의 기관협의가 이뤄졌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답변은 의원들의 의문을 해소하는데는 역부족이었다.
다수의 시의원들은 그 용역결과를 신뢰하기는커녕 오히려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김영희 의원은 “경북정책연구원이 지난해 경주경찰서를 비롯 구경주여중 등 6개 후보지를 검토한 뒤 토지가격이 가장 비싼 경주경찰서를 제1순위 후보지로 제시한 것 자체가 잘못이며, 이 용역 결과를 토대로 185억원을 들여서 경주문화원을 경찰서 부지로 이전하겠다는 경주시의 계획도 잘못됐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정현주 의원 역시 “문화원 신축이전을 하는 것은 마치 경주경찰서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라며 문화원 신축필요성, 경찰서 부지 매입후 활용방안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서호대 의원
서호대 의원도 “경주문화원을 옮기기 위해 110억원을 들여 경찰서 부지를 매입해야 한다면 100% 이 사업은 중단해야 한다”며 “토지비용이 저렴한 곳도 많은데, 경찰서 부지를 1순위 부지로 한 용역결과도 이해 하기 어렵다”며 지난해 용역결과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김동해 위원장도 거들었다.
김 위원장은 “경주시의 졸속행정으로는 시의회를 설득할 명분이 없다”며 “110억원을 들여 경찰서 부지를 매입한다면 어떻게 활용것인지, 그 활용방안을 잘 마련해서 시민과 시의회의 공감대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채 문화원 이전만 고집하고 있다”고 경주시 비판대열에 합류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뒤늦게 김문호 경주시 시민행정국장이 진화에 나섰다.
경주시와 경주경찰서 사이의 기관대 기관의 협약이라는 점을 들어 매입승인을 요청한 것이다.

김 국장은 “경주경찰서 매입은 경주읍성 정비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면서 “사실은 경찰서에서 경주시로 (경찰서 부지를)매입해서 문화원으로 할수 있느냐는 협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관대 기관의 협업차원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

그는 “일단 공유재산으로 매입승인을 하면 그후 나머지(활용방안)은 시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거듭 협조를 요청했다.

결국 문화원 신축은 경주시가 경주경찰서 매입을 위한 명분으로 삼은 것이라는 점, 경주시가 의견수렴도 하지 않았고, 계획획수립도 치밀하지 못햇음을  스스로  실토한 것이나 다름없는 발언이었다.

김국장의 이같은 해명 역시 “왜 지금 이시점에서 경주시가 경주경찰서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지”를 궁금해 하는 시의원들의 의문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보다 못한 시의회 부위원장인 엄순섭의원이 나섰다.
엄 의원은 “경주시에서는 솔직하게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해야 한다. 경찰서가 이 부지를 시에 팔고, 그 사실을 기재부에 보고하고 행자부에서 예산을 확보해야 그후 경찰서에서 신축에 필요한 부지 매입에 나설수 있는 것 아니냐?. 지금 공유재산 매입이 승인되지 않고, 그래서 올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앞으로 (경찰서 이전)은 2~3년이 더 걸릴수도 있다. 그런 사실은 말하지 않고 자꾸 경찰서 매입해서 문화원 짓는다고만 하니까 의원들이 이해가 안되고 해결이 되지 않는 것”이라며 김 국장을 향해 진솔한 답변을 요구했다.

엄 의원은 이어 “ 시의원들이 경찰서 부지를 매입 하더라도 문화원(신축하는 것은)은  맞지 않다고 하니까, (집행부에서) 다음에 재검토 해서 필요한 시설을 할수 있다고 솔직하게 말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답답해 했다.

결국 경주시로부터 더 이상의 답변을 듣지 못하자 김동해 위원장은 오전 11시 20분부터 30분까지 의견조율을 위해 정회를 선포했다. 정회후 속개된 회의에서는 김영희 의원이 보류동의안을 발의했고, 정현주 의원이 제청했다.  표결에 들어갔지만 이의를 제기하는 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만장일치로 보류의결한 것이다.

경주경찰서 내년 예산확보후 신축부지 매입 나설 계획 차질 가능성도

▲ 경주경찰서는 지난달 7일 양우철 사정과 간부들이 대거 시의회를 방문, 치안설명회를 갖고 경찰서 청사 신축에 시의회의 협조를 요청히가도 했다. 설명회 직후 시의회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
이날 보류된 안건은 집행부측인 경주시가 별도의 수정없이 차기 임시회에서 언제든지 재심의 할수는 있다.그러나 4월안으로 경찰서 매각건을 종결한뒤 내년 정부 예산편성때 경주경찰서 신축이전에 필요한 부지매입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경주경찰서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 예산편성절차상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각 부처별로 예산요구서를 작성한뒤 5월31일까지 기획재정부에 이를 제출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의 예산요구서를 바탕으로 예산안을 편성한뒤 9월3일까지 국회에 제출하는 절차를 밟는다.

현재 경주시의회는 5월에 임시회개최를 계획획하고 있다. 그러나 5월9일 대통령선거가 예정된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차기 임시회는 대선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경주시가 경주경찰서 부지를 매입하고, 경주경찰서가 정부부처에 예산확보를 위한 협의를 하는데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김동해 위원장은 회의직후 “오늘 회의가 열리전 전망을 묻는 경주경찰서 관계자들에게 만장일치로 부지 매입은 승인한다고 알려 주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돼 볼낯이 없게 됐다”고 곤혹스러워 했다.

이날 문화행정위 회의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낮아지자 경주시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경주시와 경주경찰서 사이의 기관대 기관협의의 중요성 때문인 듯, 문화행정위원회가 의견을 조율할때 이상욱 경주부시장이 긴급하게 상임위원회 회의실을 방문했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경주시 졸속행정이 기관대 기관 협약 못지킨 결과 초래 분석

▲ 경주경찰서는 시설노후화로 좁은 공간으로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물론 민원인들인 시민들도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주차난 부족도 매우 심각한 지경이다.

양우철 경주경찰서장이 지난달 초 경주시의회를 방문해 청사 신축 필요성을 설명하며 협조를 요청했고, 경주시에서는 이른바 ‘기관대 기관의 협약’이라고까지 칭하며 추진했던 경주경찰서 부지 매입이 이처럼 일시적으로나마 제동이 걸린 것은  시의회가 수차례 지적했듯 경주시의 졸속행정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한 문화원 이전을 경주경찰서 매입을 위한 명분으로 삼으려한 경주시의 '꼼수행정'도 한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경찰서 부지 매입을 위한 '행정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185억원을 들여 경주문화원을 신축하겠다고 결정한 것부터 적절하지 못한 것이며, 이는 시의원들의 반발을 자초했다.

여기에 더해 100억원이 넘는 거액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불과 일주일 사이에 기본계획을 크게 변경한 경주시의 안일한 행정도 시민과 시의회를 무시한 행태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3일 의장단 회의에 보고할때만 해도 총 185억원이 투입될 것이라는 기본계획을 제시 했다가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되자 불과 일주일만에 신축에서 리모델링으로 변겅하고, 시설관리공단 사무실 입주, 야외공연장 신설등 기본계획을 대거 변경한 것은 경주시 행정의 안일한 태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행정 신뢰를 스스로 추락시켰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시의원들을 상대로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요청하지 않은채 밀어붙이기로 일관한 집행부의 불통행정이 이같은 결론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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