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사람이 겪은 지진이야기 <현관 앞 생존배낭> 다음달 책으로 나온다
경주사람이 겪은 지진이야기 <현관 앞 생존배낭> 다음달 책으로 나온다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7.04.16 14: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크라우딩 펀딩 통해 책 제작 비용 마련
▲ 사진 왼쪽부터 박찬석, 윤정임. 정꽃님.

2016년 9월12일 오후 7시 44분 32초 경주시 남남서쪽 9KM 지역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뒤이어 8시32분 54초, 경주시 남남서쪽 8km 지역에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
그날이후 경주시민들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지진의 공포가 무엇인지를 알게 됐고, 그 공포는 ‘일상’이 됐다.

그 9.12 경주 지진을 경험한 시민 열다섯명의 이야기를 모은 책 <현관앞 생존배낭>이 다음달 세상에 나온다.
같은 날 같은 시각에 경험한 지진이지만, 각자 자신의 삶터에서 경험한 지진 이야기는 비슷한 듯 하지만 많이 달랐다. 이 책은 초등학교 교사, 지역케이블방송사 기자, 두아아이의 엄마, 문화재 해설사등 각자 다른방식으로 지진을 겪어낸 경주사람들의 이야기다. 인근도시의 지진발생을 보고 ‘만에 하나’ 닥칠 가능성에 대비해 피해를 줄였던 국립경주박물관장의 이야기도 있고, 탈핵운동가의 원전이야기도 실었다.

지진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우리 삶의 이야기, 삶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했다. 그래서 이 책을 만든 사람들은 ‘이 책은 지진이야기 이기도 하고, 지진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다’고 말한다.

이 평범하지 않은 책은 경주의 이야기를 담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전직 편집자, 방송작가, 글쓰기 선생님 세 사람의 ‘수작’으로 시작됐다.  9.12 지진을 겪고 난뒤 ‘더 큰 지진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일어날지 알수 없는 일이기에 미리 생존가방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그날의 기록들을 공유’하기 위해 책을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비용은 이 책 제작에 공감하는 다수시민의 후원을 받는 크라우딩 펀딩 방식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텀블벅 프로젝트.(https://tumblbug.com/gyeongjueq) 크라우딩 펀딩 플랫폼을 이용해 먼저 후원을 약정 받고, 목표한 금액을 달성하면 제작한 책과 선물을 보내주는 방식이다.
예컨대 1만5000원이상 후원자에게는 책 1권을, 1만9000원이상 후원하면 책 한권과 배지를 선물로 준다. 4만9000원, 7만원, 20만원 이상 등 다양한 금액대별로 후원이 가능하다.

언제 어디서 생길지 모르는 각종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준비를 상징하는 생존배낭,휴대용라디오, 휴지모양의 3종류 배지, 재난상황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손수건, 핸드메이드 미니어처 생존배낭 등 3종류의 선물을 후원금액에 따라 책과 함께 보내준다.

목표한 금액은 300만원.
4월16일 현재 106명의 후원자가 참여해 397만원을 약정했다.
기획자들은 '대단한 성과'라고 자평하지만, 그러나 이 정도 금액은 필자들의 원고료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책과 선물을 만드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애당초 목표금액에 미달하면, 약속된 모든 금액은 취소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목표를 달성한 만큼 책과 선물 전달은 이들 수작에 참가한 3명의 기획자들이 져야 하는 의무가 됐다.

5월2일 후원을 마감하면, 책 제작에 돌입한다. 이렇게 만든 책은 5월17일 세상에 나온다.
후원을 마감하는 날까지 후원과 관심, 책이 세상에 나온 이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게 하는것, 이들의 수고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방법이다.

4월11일 저녁, 인문학 책방 ‘노닐다’에서 이들 기획자 3명을 만나 이 책을 통해 경주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발간을  기획한 계기는 무엇인가?

▲ 박찬석. 한때 편집자로서 어린이책을 만들었던, 지금은 지역 이야기를 모으는 작업에 관심이 많은, 이것저것 잡다하게 하는 직장인.
<박찬석>
서울에서 출판사를 오래 다니며 책을 만들었다.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몸에 밴 사람이기도 하다.
작년 지진 이후 겁이나서 한동안 멍한 상태였다. 밥도 잘 못 먹을 정도로, 다른 사람 보다 심했다.
지진나고 보름쯤 지나 서울에 볼일 보러 간적이 있다. 저를 만난 출판계 선배들이 저를 향해 보내는 시선은,  마치 동물원 원숭이 바라보듯 했다.
"지진 어땠어?"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었다. 그 경험을 말하면서 언어로 말 하는게 한계가 있구나, 겪어 보지 않은 사람에게 이해 시키는게 힘든 일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경주에서는 지진이 일상이 돼 있는데, 서울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경주 지진이 너무나 먼나라 이야기인 것 같았다. 많이 속상하고 답답했다. 서울에서 경주로 오는 기차안에서 지진을 기록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차분히 글로 쓰는 건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을수 있다. 그래서 책 발간을 결심했다.
처음에는 혼자서 생각하다가 평소 알고 지내던 두분과 함께, 셋이서 기획해보자 한거다.
좀더 다양한 사람들의 지진 이야기를 기록해보자 싶어서 셋이서 함께 한 것이다. 아이디어도 더 많아지고, 풍성해졌다. 필자도 다양해 졌다.

-이 책, 어떤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까?
<정꽃님>
지진은  별일이 아니다라거나 더 큰지진 발생하지 않는다. 괜한 호들갑뜬다고 했던 사람들, 지진에 대한 대비가 그렇게 필요한가 물었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서 생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지진은, 재난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니까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많아 졌으면 한다.
돈 들여서 대피망 확보하고, 지진에 대비하는 것을 아깝다거나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보고 다르게 생각하면 좋겠다.

<윤정임>
지진은 이제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진은 더 이상 뉴스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책을 읽는건 간접 경험인데,이 책을 보면 지진의 경험을 충분히 공유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이 읽었으면 좋겠다. 특히 경주시 공무원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공무원들이 이책을 본다면 시민들이 무엇을 두려워 하는지 알수 있을 것이다.

<박찬석>
전국에 지진을 무서워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은 많다.  미리 이 책이라도 보면. 지진발생때 최소한의 대비는 할수 있다.
한 장 짜리 매뉴얼에는 지진이 발생하면 책상 밑으로 들어가라고만 한다.  모든 케이스에 해당 되지 않는 맞지 않는 매뉴얼인 것이다. 이 책을 보고 나면 일상에서,  우리집에서 밥짓다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피해야는지 등 최소한의 생각은 할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진을 걱정하고 두려워 하는 모든 사람들이 꼭 봤음 좋겠다.

- 책이 오히려 불안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할 것 같은데?

▲ 윤정임. 바느질과 뜨개질 홀릭에 캘리그래피와 그림 그리기까지, 손 놀리는 일에 몰입하는 꼼지락 중독자이자 ‘집으로 돌아오기 위한 여행’에 빠져 사는 호모노마드.
<윤정임>
우리에게 불안할 자유를 달라.
불안하지 않을 사람은 그냥 있으면 되는데... 불안해 하는 사람을 향해 불안해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불안할 수 있는 자유도 인정해야 한다.

<정꽃님>
위험 하니까 대비하자고 하는것을 불안을 조장하는 것이라면 안보를 위해 군대 가자는 것도 불안을 조장하는 것인가.
있는 위험을 외면하는 것, 실은 그들이 더 불안해 하는 것일수도 있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지만 학교에는 공동의 메뉴얼이 없다.
3.3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딸아이 학교에서는 책상 밑에 들어가 쭈그려 앉은 상태에서 5분 넘게 있었다고 한다. 진동이 끝나면 대피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것이다. 다른 학교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살피느라, 그랬다고 한다.
학교 매뉴얼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그런걸 하지 않고 외면하면서 불안을 조장 하냐고 할수 있나?

<박찬석>
3.3규모의 지진 대피 훈련을 잘 해두면 더 큰 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더욱 잘할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작 큰 지진이 오면 아무것도 못한다. 그래서 연습과 훈련이 필요한거다.

▲ 정꽃님. 경주의 조용한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누리면서 살고 싶은, 14년째 방송용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구성 작가.
-4월 5일 후원금 약정을 시작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인터뷰를 한 4월11일 88명이참가해 342만원을 약정한 상태였다.) 목표금액을 달성했는데...?

<정꽃님>
기대 이상이긴 하지만, 필진들과 주변 지인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이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300% 초과달성은 했음 좋겠다.

<윤정임>
빚을 지는 느낌이다. 결혼식때 축의금 받는 느낌과 비슷한.
다른 좋은 기획 있으면 후원하면서 보답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박찬석>
후원해준 모든분께 감사한다. 책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잘 못만들어서 실망시키면 어쩌지 등등 걱정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잘 만들어서 후원해준 분들에게 보답해야 겠다는 다짐을하게 된다. 이 책이 오롯이 생명력 있는 책이 되도록 잘 만들겠다.

- 이 책을 통해 수익이 발생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박찬석>
이 책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다. 특별통장에 저금 해두고 경주와 관련한 다음 콘텐츠를 생산하고 싶다.
또하나, 지진에 대비한 비상키트를 만들어 나눠 주는 방법도 고민하겠다.
그런데 제가 볼때는 수익이 크게 나지는 않을 것 같다.(웃음)

<정꽃님>
울산의 어느 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 재량으로 방재모자를 구했고, 아이들이 그걸 쓰고 대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만약 수익이 난다면, 작은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방재모자를 나눠주고 싶다.

<윤정임>
한번도 상상을 해보지 않았다. 글이나 책은 내손을 떠나면 끝이다. 그 뒤는 책과 글이 알아서 할 일이다.

▲ 경주사람들이 겪은 경주 지진이야기가 다음달 책으로 나온다.

 

경주포커스 후원은 바르고 빠른 뉴스제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