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를 따른다...從吾亭 이야기
분수를 따른다...從吾亭 이야기
  • 경주포커스
  • 승인 2012.01.1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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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협, 경주방랑 6

여름 연꽃도 좋지만 겨울 나뭇가지보다 더 마른 채 여전히 꼿꼿한 모습의 연대는 오히려 여름의 품위를 넘어선 듯한 느낌입니다.

한 해의 끝을 향해 가는 날 경주시 천북면 물천리 ‘종오정’을 찾았습니다.
소담한 종오정 마루에 걸터앉아 집과 겨울 연꽃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요즘.
보문단지를 휘도는 바람의 이야기가, 또 선거철이 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즈음이면 계절과 상관없이, 입으로는 민생이니 정의니 뭐니 하지만 그저 자신의 공천과 당선에만 분주하기에 겨울의 소리와 바람의 이야기를 그들은 듣지 못한다고 전해줍니다.

철강계를 우뚝 세운 돌아가신 분의 공적만을 이야기 하면서, 그 바탕에 일제 침략과 거기에 포함된 정신대 우리 할머니들의 피울음이 적셔진 보상금이 기반이었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되지 않음을 슬퍼한다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참 답답하고도 우울한 요즘입니다.

보문단지 물레방아를 끼고 천북 가는 길로 접어들다 정겹기만한 꼬불한 좁은 길을 바람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서자 ‘종오정’이 늘 그렇듯 조용히 맞아줍니다. 요즘 예산을 들여 종오정을 빌미삼아 문화라는 포장을 씌워 소담한 정자 곁에 흉물스런 건물이 들어섰습니다만 그래도 정자 마루에 안으면 그 모습은 보이지 않으니 다행스럽습니다.
종오정과 그 앞의 겨울 연(蓮)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연못 가 종오정에 관한 비문을 간추려 전하겠습니다.

경주부윤 耳溪 洪良浩가 비문 지음.
정자 주인 : 崔致德(1699~1770), 자는 聖能, 호는 自喜翁

 
시인. 문화유사해설가
「옹은 일찍이 과거 공부를 그만두고 궁하게 살며 책과 함께 이 곳에 터를 정했다. 정자의 이름을 물으니 “나는 從吾라는 두 글자를 정자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종오의 뜻은 다름이 아니라 헐벗고 굶주리지만 나의 분수를 따르고, 숲의 새들과 들녘 사슴과 더불어 놉니다. 그 나머지 솔바람과 덩굴에 걸린 달이며, 개울가 곷들과 뜰 앞의 국화도 나를 따라 좋아하지 않는 바 없습니다” .... 이는 공자가 云한 나의 좋아하는 바를 따르겠다는 뜻을 취한 것이다」

자희옹 최치덕 선생님의 정신과 종오정이 있어 고맙고도 고마운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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