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협, 경주방랑 6
여름 연꽃도 좋지만 겨울 나뭇가지보다 더 마른 채 여전히 꼿꼿한 모습의 연대는 오히려 여름의 품위를 넘어선 듯한 느낌입니다.
한 해의 끝을 향해 가는 날 경주시 천북면 물천리 ‘종오정’을 찾았습니다.
소담한 종오정 마루에 걸터앉아 집과 겨울 연꽃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요즘.
보문단지를 휘도는 바람의 이야기가, 또 선거철이 오고 있다고 합니다.
철강계를 우뚝 세운 돌아가신 분의 공적만을 이야기 하면서, 그 바탕에 일제 침략과 거기에 포함된 정신대 우리 할머니들의 피울음이 적셔진 보상금이 기반이었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되지 않음을 슬퍼한다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참 답답하고도 우울한 요즘입니다.
보문단지 물레방아를 끼고 천북 가는 길로 접어들다 정겹기만한 꼬불한 좁은 길을 바람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서자 ‘종오정’이 늘 그렇듯 조용히 맞아줍니다. 요즘 예산을 들여 종오정을 빌미삼아 문화라는 포장을 씌워 소담한 정자 곁에 흉물스런 건물이 들어섰습니다만 그래도 정자 마루에 안으면 그 모습은 보이지 않으니 다행스럽습니다.
종오정과 그 앞의 겨울 연(蓮)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연못 가 종오정에 관한 비문을 간추려 전하겠습니다.
경주부윤 耳溪 洪良浩가 비문 지음.
정자 주인 : 崔致德(1699~1770), 자는 聖能, 호는 自喜翁
시인. 문화유사해설가
「옹은 일찍이 과거 공부를 그만두고 궁하게 살며 책과 함께 이 곳에 터를 정했다. 정자의 이름을 물으니 “나는 從吾라는 두 글자를 정자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종오의 뜻은 다름이 아니라 헐벗고 굶주리지만 나의 분수를 따르고, 숲의 새들과 들녘 사슴과 더불어 놉니다. 그 나머지 솔바람과 덩굴에 걸린 달이며, 개울가 곷들과 뜰 앞의 국화도 나를 따라 좋아하지 않는 바 없습니다” .... 이는 공자가 云한 나의 좋아하는 바를 따르겠다는 뜻을 취한 것이다」
자희옹 최치덕 선생님의 정신과 종오정이 있어 고맙고도 고마운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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