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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변호사 권영국의 경주살이] ③ 난생 처음 5.4 지진을 경험하다
권영국 시민기자  |  person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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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3  23: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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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앙지 부근 흥해읍 주택의 갈라진 마당이 지진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2017년 11월 15일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업무를 하고 있을 때였다.
경주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건물 3층 나의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서면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진동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건물 주변에서 굴착기로 땅 파는 작업을 하는가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이내 의자에 강한 떨림이 전해지고 사무실 전체가 흔들거렸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바닥에 심한 동요가 느껴졌다. 순간 밖으로 뛰어나가야 하나 어딘가로 숨어야 하나 망설여졌다. 사무실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 일어나 어어~ 놀라고 있었다. 아~ 이런 게 지진이구나…. 강한 진동을 느껴보긴 생전 처음이었다.

곧이어 포항 지역에서 5.5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알리는 긴급재난문자가 휴대폰 화면에 들어왔다. 건물 밖으로 내려가 보니 사이렌이 울리고 있었다. 인도에는 길을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있었다. “또 지진이네요”라고 한마디 했다.
사이렌 소리가 사라지기를 기다려 다시 건물로 올라와보니 포털사이트에는 지진속보들이 뜨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4.6 규모의 지진이 건물을 약하게 흔들었다.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5.8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에는 서울에 있었다. 당시에는 경주 분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염려해주는 처지였지만 이번 지진은 달랐다. 포항 흥해읍에서 발생한 5.4규모의 지진은 건물 3층에 위치한 사무실의 진동으로 고스란히 내게 전달되었다. 그래서 페북에 “포항경주지역 5.5지진 발생했다고… 건물 3층 경주 사무실이 심각하게 흔들렸어요. 깜짝 놀라 내려왔더니 사이렌에 울리고 있습니다ㅠㅠ”라고 올렸더니 걱정해주는 답글들이 달렸다. 염려해주던 처지에서 염려를 받는 처지로 바뀐 것이다.

정작 문제는 포항지역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었다.
담벼락이 무너지고 자동차가 파손되고 건물이 기울고 사람이 다쳐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수백 명에 달하는 이재민들이 발생했다는 소식들이었다. 경주 지진보다 규모는 약한 것이었으나 진앙지가 지표면에서 가까워 실제로 느끼는 강도는 경주 지진의 것보다 훨씬 크고 피해도 크다고 했다. 그 순간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월성 원전들은 과연 안전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만일 지진의 진앙지가 원전이 있는 곳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포항지역의 피해신고는 갈수록 증가했고 포항지역에서 수능고사장로 지정된 학교 건물의 안정성 문제로 수능시험이 1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는 포항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피해가 얼마나 되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는 것일까? 지진 진앙지에서 가까운 아파트가 기울어져 주민들이 모두 대피했다는 소식마저 들렸다.

   
▲ 필자 권영국 변호사가 흥해초등학교에서 교육청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난 21일 김용식 경북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과 함께 이번 지진의 진앙지로 알려진 포항 흥해읍 용천1, 2리를 찾았다. 피해 상황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진앙지로 가기 위해 포항 흥해읍 내를 통과하던 중 흥해초등학교를 먼저 마주치게 되었다.

1969년에 지어졌다는 흥해초등학교 건물동의 기둥에 시멘트가 떨어져나가 철골이 앙상하게 드러나고 외벽으로는 균열 선들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교육청 직원의 안내를 받아 학교의 복도와 교실로 들어 가보니 더욱 심각해보였다. 천정에 붙인 판들이 바닥에 떨어져 파손되어 있고, 천정에는 뻥뻥 구멍이 나있고, 벽기둥 안쪽은 구멍이 날 정도로 파손되어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벽 또한 결을 따라 갈라져 있었다. 폐허건물에 들어온 것 같았다. 우리가 들어가 본 흥해초등학교 건물동은 폐쇄결정이 내려져 곧 철거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음으로 지진으로 기울어졌다는 대성아파트를 가보았다.
경찰들이 아파트 입구에 줄을 쳐놓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변호사라고 밝히고 피해상황을 확인하러 왔다고 하니 길을 열어주었다. 건물 한 동이 약간 기울어져 있고 그 건물 벽면에는 위에서 아래로 쭉 갈라질 것처럼 균열이 나있었다. 건물이 약간 내려앉은 듯 기둥 아래쪽이 짓눌린 것처럼 파손되어 있었고 현관문이 휘어져 유리는 박살이 난 채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언제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느낌 때문에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니 주저되었다. 1층 안쪽 계단 벽에도 균열이 띠를 형성하고 있었다. 문이 열려 있는 호실 안으로 들어 가보니 반찬통과 그릇 등 물건들이 바닥으로 쏟아진 채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급히 피난을 떠난 듯 옷가지들이 바닥과 침대에 널려 있었다.

   
▲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흥해읍 주택 벽면이 파손된 현장. 흥해초등학교 천정 패널이 떨어지고 벽체는 갈라졌다. 포항 대성아파트 내부. 방안에 있던 가재도구가 바닥으로 어지럽게 쏟아졌다.

그 다음으로 진앙지 바로 옆 마을인 흥해읍 용천2리 마을회관을 들렀는데 마침 그곳에 계시던 할머니 네 분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분들은 지진이 나던 날도 마을회관에서 놀고 있었는데 엉금엉금 기어서 마당으로 나왔다고 두려웠던 순간을 설명해주었다.
“아이구, 말도 마이소. 얼마나 심하게 흔들리든지 정신을 차릴 수가 있어야지.”
그 중 한분은 집이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해서 지진 이후 아예 회관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이 마을에는 금이 안 간 집이 없다고 했다.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집을 가보았더니 벽면에 큰 구멍이 뚫려 있었고 건물 곳곳에 깊은 금이 가있었다. 그 부근의 집들도 보았는데 벽면에 깊은 균열이 나 있는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벽돌집들의 피해가 커보였다. 이들 집들에 대한 안전진단이 필요해보였으나 시에서는 육안검사만 하고 갔다고 한다.

한 주민에게 건물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시나 구청에 신청해보았냐고 물어보았다. 이미 구청에 연락해보았는데 구청직원으로부터 정밀안전진단을 하는 곳을 소개해줄 수 있으나 비용은 자기부담이라고 답변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밀안전진단비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 엄두를 내기 힘들다고 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58조에서는 재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재난피해상황을 신고하고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은 재난피해상황을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나 지자체 비용으로 건물에 대한 안전성 검사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가나 지자체는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건물에 대한 안전진단부터 서둘러야 한다.

지진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사람들에게 공포와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이제 지진은 우연히 지나가는 일과성 재난이 아닌 게 되어버렸다. 동해남부 쪽에 존재하는 단층들이 활성단계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는 우울한 보도가 나오는 판이다. 지진에 대한 복구와 함께 내진 설계가 없는 건물들에 대한 전수조사와 보강공사 등의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활성단층지역에 밀집되어 있는 원전의 가동중단과 축소문제 또한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더 이상 안이하게 넘길 일이 아니다.

노동인권변호사 권영국은.....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배고팠던 어린시절, 역경을 극복하는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 1981년 대학입학 후 사회에 대한 눈을 떴고, 야학에 참여해 공부한 노동법이 계기가 되어 방위산업체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그 대가로 두차례 해고되고, 합쳐서 3년6개월의 옥살이를 했다. 출소후 복직투쟁을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보안사 사찰 대상으로 취업이 제한된 처지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했고, 1999년 11월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2년 민주노총 법률원 설립에 참여해 노동변호사가 됐다.민주노총 법률원장, 민변 노동위원장 등을 거치며 용산참사, 세월호 진상규명 등 국민들의 편에서 법정투쟁을 벌였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경주에서 출마 했다 낙선했지만,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정국에서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법률팀장을 맡아 싸웠다. 거리에서 무장경찰과 싸우면서 '거리의 변호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지난 7월 경주에 법률사무소를 열었고, 9월 경북노동인권센터를 창립했다. 지난 7월부터 경주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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