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권변호사 권영국의 경주살이] ④ ‘경주탈핵순례’를 아십니까?
[노동인권변호사 권영국의 경주살이] ④ ‘경주탈핵순례’를 아십니까?
  • 권영국 시민기자
  • 승인 2017.12.2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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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인접지역에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경주시청에 모여 그곳을 출발하여 경주역으로, 경주역에서 아래시장으로, 다시 신라대종까지 걷고, 그곳을 반환점으로 하여 출발점인 경주시청까지 돌아오는, 4시간에 걸친 행진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스로 ‘경주탈핵순례’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지진보다 더 무섭다. 핵발전소 폐쇄하라.”, “불안해서 못살겠다. 월성원전 이주대책 마련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몸 벽보를 한 채 10여명 남짓한 분들이 수개월째 매주 목요일마다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경주시내에서 약 30여km 떨어진 양남면 나아리에서 온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이주대책위) 소속 회원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분들입니다.
 

▲ 수개월째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하는 경주탈핵순례.

저는 작년 총선 때 경주시 국회의원후보로 출마하여 경주시의 23개 읍면동을 돌아보았습니다. 아니, 큰 길 위주로 돌아다녔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겁니다. 예비후보기간을 포함하여 선거운동기간이 고작 50여일 남짓하였던 터라 서울 면적의 2.3배나 되는 경주지역 전체를 공을 들여 방문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와중에도 유독 기억에 남아 잊히지 않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곳이 바로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나아리’라는 마을이었습니다. ‘나아리’를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핵발전소 돔이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 홍보관 표지를 발견하고 따라가 보니 월성원전 후문으로부터 불과 몇 백 킬로미터 떨어진 도로 옆 인도에 비닐하우스처럼 만든 이주대책위 농성장이 있었습니다. 원전 인근 주민들은 이곳 농성장을 근거지로 삼아 정부와 한수원에 핵발전소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으로 이주시켜줄 것을 요구하며 수백일째 농성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총선 당시 그곳을 찾았을 때 중수로인 월성원전에서 다량 발생하는 삼중수소가 원전 주변 주민들의 체내에서 상당한 양으로 검출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삼중수소는 방사선 물질로 반감기는 12.5년 정도이고 체내에 흡수되면 베타붕괴를 일으켜 베타선을 내놓고 헬륨으로 전환되는데, 이 과정에서 세포의 DNA를 손상시키거나 변형을 일으켜 암발생률을 높이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촛불항쟁이 끝난 후 서울에서 내려와 경북노동인권센터를 출범시키고 조금 여유가 생긴 틈을 타 지난 11월 6일 다시 ‘나아리’를 찾았습니다. 촛불항쟁의 힘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후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에 어떤 진전이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찾아간 날은 월요일 아침이었는데, 이주대책위 회원 분들은 월성원전 출근시간에 맞춰 농성장에서 월성원전 후문까지 편도 차선으로 상여를 끌고 정부와 한수원에 이주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알고 보니 매 월요일 아침 시위는 3년째 이어온 항의행동이었습니다. 저도 미안한 마음으로 시위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시위 후 농성장에 들러 이들이 3년째 시위를 하고, 경주시내까지 진출해 탈핵순례에 나선 이유를 다시 들을 수 있었습니다.
 

▲ 지난 11월6일 권영국 변호사가 매주 월요일 아침 3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월성원전 앞 행진에 참가하고 있다.

2년 전 월성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에서 원전 주변 주민들의 소변을 채취하여 체내 방사능 농도를 측정했는데, 나아리 등 원전 반경 1km 내 주민들의 방사능 농도는 평균 10Bq/L, 반경 5km 떨어진 하서리에서는 5Bq/L이 검출된 반면, 30km 떨어진 경주시내에서는 극미량으로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성원전으로부터 1.2㎞ 떨어진 곳에 30년간 살고 있는 이주대책위 부위원장 황분희씨의 체내 방사능 수치는 28.1Bq/L, 남편은 24.8Bq/L, 함께 살고 있는 5세 손자의 몸에는 17.5Bq/L이 검출되었습니다. 월성원전에서 근무하는 근무자의 경우에는 무려 157Bq/L로 15배가량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피폭되는 방사능 농도와 원전과의 거리는 역비례 관계, 즉 원전에 가까이 거주할수록 체내 방사능 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입니다.

방사능 노출로 인한 피해는 이미 주민들의 사례를 통해 충분히 확인되고 있습니다.
월성원전 반경 1km 내에 거주해온 이주대책위 황분희씨의 경우 5년 전에 갑상선암이 발병하여 수술을 받았고, 월성원전으로부터 2㎞ 떨어진 곳인 양남면 상라리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한 주민의 경우에는 엄마와 딸과 아들, 일가족 모두가 갑상선암에 걸려 성대 등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월성원전에서 북쪽으로 4㎞ 떨어진 곳에 감포읍 대본1리라는 해안가 마을이 있습니다. 그 마을에는 수십 년간 바다에서 ‘물질’해온 해녀들이 20여명 있는데 이들 중 절반가량이 이미 갑상선암이 발병해 수술을 하거나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에서 바다로 흘려보낸,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온배수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리원전 반경 7㎞에서 10년 간 살았다는 주민의 경우에는 남편이 직장암, 그의 처(박금선)가 갑상선암, 그 아들이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데, 2014년 10월 17일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박금선씨 1심판결에서 “원자력발전소에서 거리가 멀수록 갑상선암 발생률은 감소하였으며, 원자력발전소 주변지역(5㎞ 이내) 여자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률은 원거리 대조지역(30㎞ 이상 지역) 여자 주민의 2.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서울대 역학조사연구결과를 인용해 갑상선암 발병과 원전과의 거리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정부와 한수원이 원자력전기에너지를 아무리 청정에너지로 둔갑시켜 선전해도 사람들은 핵발전소에서 지속적으로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핵발전소 주변 땅과 집값은 폭락해 누구도 사러 나서질 않습니다.

핵발전소 인접 지역 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싶어도 이주를 할 수가 없는 상황에 처해버린 것이죠. 그런데 원자력안전법 제89조에서는 거주의 제한을 명할 수 있는 구역을 제한구역(EAB)으로 정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 제한구역 범위를 원전으로부터 914m로 설정해놓고 그 경계 밖에 살고 있는 원전 주변 주민들의 이주대책 요구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비현실적인 구역설정인가요? 5㎞ 이내 핵발전소 주변지역의 피폭으로 인한 갑상선암 발병율이 원거리 지역에 비해 2.5배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 점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핵발전소 폐쇄 전까지는 순차적으로 2㎞, 3㎞로 제한구역을 늘려 주민들을 이주시킴으로써 핵발전소 방사능 유출로 인한 암발병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입니다.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국가에너지정책이라는 대의에 밀려 건강과 재산권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거시적인 탈핵 정책만으로는 이들의 피해를 해결할 수 없음이 자명합니다. 이들 또한 마땅히 안전한 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이주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내가 피해를 보고 있고 내 몸이 피해를 받고 살고 있는데 왜 국가는 모른 척하고 있습니까? 이곳이 아니고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의 전기 생산을 위해서 우리에게 희생하라는 것은 국가의 횡포입니다”라는 항변에 무어라 답할 겁니까? 연대는 고통 받는 이웃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경주탈핵순례에 함께 해주세요.

▲ 권영국 변호사.

필자 권영국은....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배고팠던 어린시절, 역경을 극복하는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 1981년 대학입학 후 사회에 대한 눈을 떴고, 야학에 참여해 공부한 노동법이 계기가 되어 방위산업체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그 대가로 두차례 해고되고, 합쳐서 3년6개월의 옥살이를 했다. 출소후 복직투쟁을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보안사 사찰 대상으로 취업이 제한된 처지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했고, 1999년 11월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2년 민주노총 법률원 설립에 참여해 노동변호사가 됐다.민주노총 법률원장, 민변 노동위원장 등을 거치며 용산참사, 세월호 진상규명 등 국민들의 편에서 법정투쟁을 벌였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경주에서 출마 했다 낙선했지만,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정국에서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법률팀장을 맡아 싸웠다. 거리에서 무장경찰과 싸우면서 '거리의 변호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지난 7월 경주에 법률사무소를 열었고, 9월 경북노동인권센터를 창립했다. 지난 7월부터 경주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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