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권변호사 권영국의 경주살이] ⑨ 축사 건축허가 기준을 정한 경주시 조례, 괜찮은가?
[노동인권변호사 권영국의 경주살이] ⑨ 축사 건축허가 기준을 정한 경주시 조례, 괜찮은가?
  • 권영국 시민기자
  • 승인 2018.04.24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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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자동차를 운전해 대구로 가는 도중, 휴대전화와 연결된 차량 스피커폰이 울렸다. 버튼을 누르고 “권영국 변호삽니다”라고 응답하기가 무섭게 “저는 서면 운대리에 사는 사람인데요. 마을 가까운 곳에 소 축사 건축 허가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서 마을 주민들 다수가 반대서명을 받아 경주시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는데 허가가 나버렸어요. 이거 취소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변호사님과 상담을 꼭 좀 했으면 하는데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휴대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답답함이 잔뜩 묻어 있었다.

상담 일정을 잡고 며칠 후 약속한 시간에 맞춰 운대리 주민 세 분이 법률 사무실로 찾아오셨다. 전화통화를 한 분에게 “저를 어떻게 알고 연락을 주셨습니까?”라고 여쭤보았다. 조금 놀랍게도 그 분은 20대 총선 당시 내가 경주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가 연락을 하게 되었다고 대답했다. '음... 2년이 다 되어가는 세월인데 그 때를 기억하고 연락을 하다니...' 구면인 사람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이랬다. 다른 곳에서 이미 축사(우사)를 운영하고 있는 인접 마을의 이장이 운대리에 1천 평이 넘는 논을 가지고 있는데, 그곳 논에도 축사(우사)를 짓겠다며 경주시에 축사 건축허가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운대리 주민들 67명은 서명을 받아 경주시에 축사 건축 반대진정서를 접수했다. 축사의 위치가 마을로부터 300~460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주민들 다수가 반대하면 경주시에서는 당연히 축사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대와는 정반대로 반대진정서에도 불구하고 건축허가가 떨어졌다. 주민들이 경주시 건축과에 항의 차 방문한 자리에서 사업자가 주민들이 반대진정서를 접수한 후 주민 40여명으로부터 동의서를 받아 접수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그런데 수소문하여 확인해본 결과 그 동의서들 중에는 진정성이 의심되는 정황들이 발견되었다. 중학교에 다니는 미성년자가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포함하여 가족 4명의 이름을 대신 적은 동의서도 포함되어 있었다. 주민들은 동의서의 상당수가 엉터리로 작성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경주시 담당자에게 시에 접수된 동의서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으나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당했다. 이에 운대리 주민 77명은 건축허가를 취소해줄 것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재차 접수하고, 수차에 걸쳐 항의집회를 개최하며 경주시에 행정심판까지 청구하였으나 끝내 건축허가를 되돌리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주민들께서는 내게 “사업자가 경주시에 접수한 동의서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다수의 동의서가 허위라면 축사건축허가를 취소시킬 수 있지 않나요?” 라고 물었다. 나는 주민들의 동의 여부가 축사 건축허가의 법적 요건인지부터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축사 건축허가 요건에 대한 검토를 한 후 마을로 찾아뵙겠다고 약속했다.

축사 건축을 위한 법적 허가 요건을 검토하기 위해 축사 건축과 관련한 법령을 찾아보았다. 축사 건축 관련한 법률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건축법’, ‘농지법’ 등이 검색되었는데, 위 법령에 따르면 운대리 주민들이 반대하는 축사 예정지는 농림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었고, 소 축사는 동물 및 식물 관련 시설로서 농림지역 안에서 건축할 수 있는 건축물로 분류되어 있었다. 다만 축사의 경우, 가축 분뇨로 인한 환경오염 피해를 고려해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가축사육 제한 규정을 두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에서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지역주민의 생활환경보전 또는 상수원의 수질보전을 위하여 ... 가축사육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에 대하여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구역을 지정・고시하여 가축의 사육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볼 것은 가축사육 제한 범위를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일괄 위임하고 있어 가축으로 인한 환경오염 제한 범위는 결국 조례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세종시는 마을경계 1000m이내지역 가축사육 못해...경주시는 겨우 100m이내로 큰 차이
가축사육 환경오염 제한 범위는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좌우...시의회 변화 중요

 

 

 

 

▲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가축사육 제한 범위를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일괄 위임하고 있다. 가축으로 인한 환경오염 제한 범위는 결국 조례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시의회가 주민들의 이해를 반영하느냐 아니면 축사 사업자의 이해를 반영하느냐에 따라 가축 사육 제한거리가 달라지고 주민들의 생활환경도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합니다.>

 

그리하여 다른 시의 조례와 경주시 조례를 찾아 비교해보았는데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세종시의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조례’에서는 주택 50호 이상이 있는 경우 그 마을 경계로부터 1,000m 이내의 지역에서는 가축 사육을 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반면 ‘경주시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조례’에서는 상수원취수시설로부터 100m 이내, 가구 단위 7호 기준으로 대지경계선에서 소와 말은 100m 이내, 젖소는 250m 이내, 돼지・개・닭・오리는 500m 이내의 지역에서는 가축 사육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1,000m와 100m(혹은 250m)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독자들께서는 가축분뇨 냄새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 차이는 시의회에서 제정한 조례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시의회가 주민들의 이해를 반영하느냐 아니면 축사 사업자의 이해를 반영하느냐에 따라 가축 사육 제한거리가 달라지고 있음이 확인된다.

 

 

법령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나는 운대리를 찾았다. 주민들 몇 분과 축사 예정지를 둘러본 후 자세히 설명을 드렸다.

“현행 법령에서는 축사 건축허가 범위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습니다. 조례는 시의원들로 구성된 시의회에서 만듭니다. 경주시 조례에서 정한 100m 거리 제한은 있으나 마나한 겁니다. 조례를 개정하지 않고서는 축사로 인한 마을 주민들의 피해를 막을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자 내게 전화를 주었던 주민께서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시의회의 구성이 주로 기득권이나 사업자들을 대변하는 시의원들로 구성되어 있는 이상 조례 개정은 쉽지 않습니다. 이 지역에서 주민들은 자신들의 대표를 어떻게 뽑아왔는지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주민들의 이해를 올바르게 대변하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특정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투표를 해온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아야 합니다. 주민들의 묻지마 투표로 인해 시의원들은 주민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자신에게 공천을 주는 권력자에게만 잘 보이면 그만인 것이죠. 시의회는 주민들의 편에 서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이권을 추구하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진정으로 주민들을 두려워할 줄 아는 사람들이 주민 대표로 선출되어야 할텐데요.” 이어서 “선거로 물갈이하기 전이라도 우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웃 마을이 있는지 살펴보십시오. 서로 연대해서 조례개정운동을 해나가면 어떨까요? 다른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그 연대의 힘으로 시의회에 조례개정 청원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게 주민자치가 아닐까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주민들께서는 고개를 끄떡이며 경청해주었다.

나의 자문은 주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을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문제의식을 갖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지역의 변화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가 아닐까? 주민들과 함께 경주의 변화를 꿈꾸어본다.

 

 

필자 권영국은.....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배고팠던 어린시절, 역경을 극복하는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 1981년 대학입학 후 사회에 대한 눈을 떴고, 야학에 참여해 공부한 노동법이 계기가 되어 방위산업체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그 대가로 두차례 해고되고, 합쳐서 3년6개월의 옥살이를 했다. 출소후 복직투쟁을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보안사 사찰 대상으로 취업이 제한된 처지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했고, 1999년 11월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2년 민주노총 법률원 설립에 참여해 노동변호사가 됐다.민주노총 법률원장, 민변 노동위원장 등을 거치며 용산참사, 세월호 진상규명 등 국민들의 편에서 법정투쟁을 벌였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경주에서 출마 했다 낙선했지만,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정국에서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법률팀장을 맡아 싸웠다. 거리에서 무장경찰과 싸우면서 '거리의 변호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17년 7월 경주에 법률사무소를 열며 경주에 살기 시작했고,9월에는 경북노동인권센터를 창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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