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로 남아있는 추억의 아지트... 탁구장

소리로 나누는 핑퐁러브

2013-03-20     김희동 기자

경주와 탁구이야기

‘탁구장과 부산 케키, 역도산 빵집을 기억하는 가?’

8~90년 경주 시내의 상권은 노동동, 노서동, 황오동을 중심으로 하는 지금의 구 도심권이 전부였다. 서점, 만화방, 양복점, 양장점 등이 중심상가를 형성하였고 탁구장은 사춘기 청소년들의 데이트장소로 이용되었다. 준탁구장, 신세계탁구장, 아카데미 사거리에 있던 올림피아탁구장이 있었다. 탁구는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엄청남 붐을 타고 국민스포츠로 인기를 얻었으며 현정화 유남규, 거기다 안재형·자오즈민의 국경과 이념을 뛰어 넘는 핑퐁러브도 한몫을 했다.

탁구장에 간다고 하면 부모님께 허락 받기도 좋았고 운동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탁구 한게임하고 먹었던 부산 케키와 역도산 빵집이 추억 속에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운동 후 먹는 하드 한개 찐빵 한 개가 주는 즐거움에 좋았던 그 순수를 이제는 찾을 수 없음이 안타깝다.

돌이켜보면 탁구장, 만화방이 있던 그 자리를 노래방, 입시학원, 각종 전문 학원들이 빠르게 파고들었고 특히 동네마다 인터넷 PC방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컵라면의 매출이 상승세를 탔다.

엔씨소포트란 게임회사가 리니지라는 온라인 게임으로 돈을 얼마나 벌었으면 매년 200억 이상 들어가는 프로 야구단을 창단할 정도라고 한다. 청소년들에게 있어 탁구는 올림픽때 한·중, 한·일, 남·북한 전으로 잠시 응원하고 마는 스포츠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최근에는 휴대전화의 진화로 LTE 모바일 게임은 5~60대 장년층까지 온통 휴대폰의 ‘애니팡’이나‘ 다함께 차차차’ 게임에 청소년들처럼 동화되어 가고 있으니 현대인은 만성적인 운동 부족에 빠질 수밖에 없다.

TV가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은 이미 옛말이 되어가고 이제는 휴대전화가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

진정 탁구를 영원히 우리의 기억 속으로만 남겨 둬야 할 것인가? 다행이도 경주에는 용황초등학교, 안강제일초등학교, 근화여자 중·고등학교에 여자 탁구부가 있어 그나마 엘리트 탁구의 명맥을 유지할 정도이니 아직 생활체육으로써 7~80년대 동네 탁구장의 모습을 찾기에는 멀게만 느껴진다.

 

인터뷰- 박말분 관장

“탁구는 중독성 강한 스포츠”

   
▲ 박말분 관장
국가대표를 거쳐 사회교육전문요원자격, 탁구심판 1급, 동국대, 위덕대, 계명대, 전국적으로 사회체육학과 겸임교수로 출강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박말분 관장은 15년 전 ‘황성탁구장’을 열고 경주의 탁구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박 관장은 우수선수 초청 경기, 타 동호회와의 교류전 등을 통해 탁구 기술지도 등 다양한 탁구 관련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경주의 탁구의 전성기는 언제였나?
“7~80년을 전성기로 보면 된다. 그때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탁구스타들은 현재 대한항공 김무교 코치와 대한항공 스포츠단에 김분식씨 등이 꾸준히 후배들을 길러내고 있다.”

-탁구 동호회는 잘 운영이 되고 있나?
“많은 회사에 동호회가 결성되어 있고, IHL 경주동우회, 청우탁구클럽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경주시청 동호회도 20여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공무원탁구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탁구의 매력을 한마디로 표현하신다면?
“모든 운동의 기본은 체력이지만, 탁구만의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순발력과 민첩성을 꼽을 수 있다. 날씨가 풀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등산이나 걷기 등 야외 운동을 시작하는데 탁구는 실내게임이라 언제든지 할 수 있다. 탁구는 중독성이 강한 스포츠다. 공이 잘 맞지 않는다고 속상해하지 말고 여유롭게 즐기다 보면 실력이 늘고 건강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탁구가 좋아서....'경주 한마음탁구클럽'

“삶의 의미 찾아 주는 활력소”

황성탁구장 내의 한마음탁구클럽 김성환(59세)회장은 10대 후반부터 경주에서 주먹 꽤나 쓰는 개구쟁이였다. 2012년 생활체육으로 과거 탁구 열풍을 재현하고자 동호회를 조직하여 매일 탁구를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작은 노력들이 어느 정도 잊혀져 가는 탁구에 불씨 역할을 하고 있다.

경주 한마음탁구클럽은 김성환 회장과 이헌우 총무(38)를 중심으로 25명의 동호인들이 매일 저녁 황성동 황성탁구장에 모여 탁구를 즐기고 있다.

김 회장은 “365일 비가 오나 눈이오나 작은 공간이지만 2.5g의 작고 가벼운 탁구공이 부리는 매직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하고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줄 활력소로 충분하다.경주 탁구도 다시 한 번 크게 붐을 일으킬 것으로 확신한다” 며 탁구 사랑을 늘어놓았다.

20대 청년에서 60대 장년까지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매일 저녁 황성탁구장에서 웃고 땀 흘리고 체력을 기르면서 진정한 생활체육을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이헌우 총무는 “탁구에서 느끼는 강력한 드라이브와 스매싱이 주는 희열과 섬세함 집중력이 치매 예방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지나치게 격하지도 않으며 다이어트에도 무지 좋다”고 말했다.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함께 얻을 수 있은 것이 운동이다. 문명의 이기도 내 몸이 건강할 때 향유 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오늘 가족과 함께, 연락이 닿는 친구들과 탁구 한게임 어떨까요.

(동호회 연락처 총무 이헌우 010-5344-2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