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숙현선수 "복숭아 1개 먹었다고 1시간 폭행" 구체적 정황 담긴 자필진술서 공개...경주시 책임론 커져
고 최숙현선수 "복숭아 1개 먹었다고 1시간 폭행" 구체적 정황 담긴 자필진술서 공개...경주시 책임론 커져
  • 김종득 기자
  • 승인 2020.07.1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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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김승원 의원을 통해 입수해 공개한 고 최숙현선수의 자필 진술서.
한겨레가 김승원 의원을 통해 입수해 공개한 고 최숙현선수의 자필 진술서.

고 최숙현 선수가 지난 3월 경주시청에 낸 자필 진술서가 공개됐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감독과 선수들로부터 당한 폭력과 괴롭힘 정황이 구체적으로 적은 자필 진술서로 확인됐다.
경주시의 책임론이 더욱 거세지는 것은 물론 오는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청문회때 이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추궁이 예상된다.

한겨레가 17일 더불어민주당 김승원의원(경기 수원시갑)을 통해 확보했다며 공개한 고 최숙현선수의 자필진술서에는 "감독님께 혼나지 않기 위해 행동을 잘하고 열심히 하면 장윤정 선수에게 '감독님한테 잘 보이려고 발악을 한다' 그런 식으로 비꼼을 당한 건 기본이고 팀내 다른 선수에게 제가 xx라고 소문 내고 '질 안좋은 애니 어울리지 마라'고 말하고 다녔다"” “복숭아 1개를 먹었는데 그걸 말하지 않았다고 1시간가량 폭행이 있었다” 등 구체적인 폭력 정황이 담겨 있다.또 "김도환 선수도 조금의 실수라도 있으면 욕을 일삼았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지만 다음에 기회가 될 때 더 말하겠다"고도 했다.

올해 3월4일 작성된 자필진술서는 고최숙현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가 지난 2월6일 경주시 체육진흥과를 방문해 트라이애슬론팀 내부 문제를 제기하자 경주시가 2월13일부터 경주시청에 몸담았던 타 소속 팀 선수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작성됐다.

최 선수는 3월4일 이 자필진술서를 경주시청으로 우편으로 보냈으며, 경주시는 3월9일쯤 자필진술서를 확보했다.

김승원 의원은 17일 피해선수들은 2월 13일 경주시 담당자와의 통화에서 폭행 사실을 상세히 진술했다고 추가로 밝혔다.

A 선수는 ‘장윤정 선수로부터 폭언이나 폭행을 빈번하게 당했으며 남자선수인 김도환 선수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 ‘선배인 장윤정 선수의 지시로 본인을 왕따시킨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피해를 호소했다. B 선수는 ‘장윤정 선수로부터 폭행(귀때기)을 당한 적이 있으며, 사이클을 탈 때 실수를 했다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라고 한 적 있다. 폭행은 1년에 3차례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진술했다. 故 최숙현 선수는 2월 17일 경주시 담당자와의 통화에서 다른 선수들로부터 주로 따돌림을 당했으며, 뺨을 맞은 적이 있고, 사이클을 타고 가면 뒤에서 욕을 하는 등의 일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3월4일 작성해 경주시로 보낸 자필진술서에서 피해사실을 재차 적시했다.

김 의원은 경주시청이 조사를 통해 폭행 및 폭언의 정황을 인지했음에도 가해자 격리나 피해자 보호를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사건의 무마나 은폐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초 민원제기 시점부터 故 최숙현 선수가 가해자들을 검찰에 고소한 3월 초에 이르기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있었다는 점에서, 경주시청의 안이한 대처가 고인을 절망에 빠뜨린 중대한 요인은 아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승원 의원은 “선수들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경주시청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는 22일 국회 청문회에서 경주시청의 직무유기에 대해 강력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은 관련 보도를 하면서 경주시를 향해 ‘직무유기를 했다’고 까지 주장하고 있다.

경주시는 구타와 금품갈취가 있었다는 내용의 최 선수 진술을 확보했으나 뉴질랜드로 전지훈련을 떠났던 트라이애슬론 선수단의 귀국이 코로나19 여파로 당초 계획된 3월초에서 3월26일로 연기되고, 그후 자가격리등으로 선수단과 접촉이 제한된 상태에서 경찰수사가 진행되면서 자체 진상파악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힌바 있다.
최 선수 아버지가 최초 민원을 제기했을때는 폭행부분은 없었으며 왕따나 금품문제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주시청이 확보한 자필진술서에 폭행정황이 구체적인데다, 최 선수 아버지가 제기한 민원이 담당부서인 경주시 체육진흥과가 지난 6월11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 경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때 제출한 ‘인·허가등 각종 민원처리 현황’ 목록에서 누락된 것과  맞물려 오는 22일 예정된 국회문화관광체육위원회의 청문회에서는 경주시에 대한 책임추궁이 강하게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경주시청 감독 김아무개씨 구속영장 신청
한편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경북지방경찰청은 17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 김아무개( 42)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17일 폭행과 사기 등의 혐의로 김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고 최숙현 선수 등 경주시 트라이애슬론팀 선수들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해외 전지훈련 항공료 명목으로 선수들에게서 금품을 가로챈 혐의도 있다. 경찰은 지난 12일 김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한 뒤 지난 16일 김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또 이날 경주시 트라이애슬론팀의 ‘팀 닥터’ 안아무개(45)씨를 폭행과 강제추행,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안씨는 고 최숙현 선수 등을 폭행하고 일부 선수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돈을 받고 불법 의료행위를 하며 선수들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도 있다. 안씨는 지난 13일 구속됐다.

경찰은 지금까지 경주시 트라이애슬론팀 전·현 선수 20여명을 조사했는데 이 가운데 10여명이 감독 김씨와 ‘팀 닥터’ 안씨, 선수 장아무개씨 등에게 폭행 등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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