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 노동리 주민들, 감포읍→양북면 변경 신청... 전문가들 "지역주민 갈등 원인은 정부"
감포 노동리 주민들, 감포읍→양북면 변경 신청... 전문가들 "지역주민 갈등 원인은 정부"
  • 오마이뉴스
  • 승인 2020.08.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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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 바꿔달라"... 갈등 깊어지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  24일, 경주 감포읍 노동리 주민들이 경주 감포읍사무소에 행정구역을 바꿔달라며 "경계변경 대상 지역 실태조사서"를 접수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과정에서 빚어진 지역주민간 갈등이 구체적으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 김태열 이장 제공/ 오마이뉴스.
▲ 24일, 경주 감포읍 노동리 주민들이 경주 감포읍사무소에 행정구역을 바꿔달라며 "경계변경 대상 지역 실태조사서"를 접수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과정에서 빚어진 지역주민간 갈등이 구체적으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 김태열 이장 제공/ 오마이뉴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재검토위원회 공론조사 결과에서 우리 동네(경주 감포읍 노동리) 의견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공론조사만 그런 게 아니다. 그동안 원전 주변 지역(감포읍) 지원사업에서도 우리 동네는 철저히 제외됐고, 앞으로도 그렇게(지원사업에서 제외) 될 것이 뻔하다."

김태열 경주 감포읍 노동리 이장이 경주시에 행정구역 변경을 신청한 배경에 관해 설명하며 한 말이다.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아래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에 대한 여론 수렴(공론화)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 지역주민들이 공론화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이 배제된 것에 반발, 해당 기관에 행정구역을 바꿔 달라고 신청서를 접수했다.

24일, 경주 감포읍 노동리 주민들은 노동리의 행정구역을 '감포읍→양북면'으로 변경해달라며, 경주 감포읍사무소에 '경계변경 대상 지역 실태조사서'를 제출했다. 
실태조사서에서 주민들은 한국수력원자력(아래 한수원)의 원전 주변 지역 지원사업에서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주민들은 "감포발전협의회와 감포이장협의회에서 노동리 마을을 회원으로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수원이 월성원전을 운영하며) 지역에 지원되는 지원금 등을 노동리 주민 의사도 들어보지 않고 (감포발전협의회와 감포이장협의회가) 마음대로 한다"라며 "(그동안) 노동리 주민들은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왔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2020년에 개교한 한국국제통상마이스터고등학교 신입생 입학전형에서도 감포읍 노동리 학생들에게만 가산점을 주지 않는다"라며 "노동리 4.39㎢의 면적과 주민 140명을 양북면으로 편입 시켜달라"라고 밝혔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과정에서 빚어진 지역주민 간 앙금을 털어내지 못해 한수원 지원 사업을 빌미 삼아 행정구역 변경신청을 한 것이다.

김태열 이장은 "재검토위 공론조사 결과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추가 증설에) 감포읍 주민은 1명만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라며 "우리 동네(감포읍 노동리)가 맥스터 건설에 반대했기 때문에, 후속 지원 방안에서도 우리 동네를 제외할 것이다. 양북면에 편입되는 게 (지금보다) 우리동네 의견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7월 24일 재검토위의 공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감포읍은 1차 조사에서 31명 중 3.2%가, 2차에선 6.5%가, 3차에선 3.2%가 맥스터 추가 증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양북면은 1차 29명 중 17.2%, 2차 17.2%, 3차 13.5를 기록했다.

경주시 감포읍만이 지역주민 간 갈등을 겪고 있는 건 아니다. 월성원전 주변 지역인 경주시 양남면도 주민 간 어긋난 의견에 이따금 충돌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재걸 고준위핵폐기장 건설반대 양남면대책위원회 사무국장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동네(경주시 양남면)도 22개 마을 가운데 5개 마을이 (맥스터 추가 건설에) 찬성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해당 동네들은 (대책위에 가입하지 않고) 따로 행동했다"라며 "한수원이 공론화 과정에서 지원사업을 언급하며, 지역주민 간 갈등을 조장했다. 특히 동네 지도자들을 회유하면서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공론화를 추진한 게 지역주민 간 갈등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과정을 살펴보면 정부가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미리 정해놓고 이해당사자들은 구색 맞추기식으로 참여하고 있다"라며 "최근 진행된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과정의 공론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해당사자가 의제설정을 하고 숙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차례 사용후핵연료의 공론화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정부는 이를 바로잡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은 "공론화 과정이 공정하게 이뤄졌다면, 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역주민들이 결과에 대한 수용성이 커졌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라며 "정부가 공론화 과정을 나중에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공론화 과정에 잘못된 것이 있다면, 인정하고 고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주민들의 행정구역 변경 신청에 따라 경주 감포읍사무소는 관련법에 따라 행정 절차를 밟아나갈 계획이다.
감포읍 관계자는 "읍면리의 행정구역 변경은 시군단위의 행정구역변경과 달리 지자체 조례에서 규정하고 있다"라며 "양북면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적정 여부를 판단해 (경주시)의회에 안건으로 상정하는 등 관련 행정 절차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제휴사인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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