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와 강과 기암(奇巖)의 조화 금장대(金丈臺,金藏臺)
기러기와 강과 기암(奇巖)의 조화 금장대(金丈臺,金藏臺)
  • 경주포커스
  • 승인 2012.05.26 0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수협, 경주방랑 ⑩

▲ 금장대 암각화
꽃들의 야단스러움에도 봄은 덤덤히 왔다가 가는데, 꽃피고 지는 모습에 인간들은 인간다운 호들갑을 떨며 상춘을 즐깁니다.
겨울 얼음이 풀리면서 기러기는 북쪽으로 하늘유영을 떠나고, 이어 산수유, 목련, 참꽃이 다녀가고 송화가루가 황사처럼 날리더니 이팝나무 쌀밥꽃이 우리를 여름의 길목에 들게합니다.

계곡물소리와 강물의 빛깔도 여름과 어울릴 준비를 하는 때, 경주 금장동 ‘예기청소’ 또는 ‘애기청소’라 불리는 곳, 덕동과 보문호수를 거쳐 동에서 흘러오는 물과 내남과 서남산을 거쳐 남에서 흘러오는 물이 모여 천북과 안강들을 기름지게 하고 포항을 거쳐 동해로 흐르며, 선사인들에서 신라인들의 전설같은 꿈과 빛과 여유와 풍류를 용해시켜 흐르는 강 서천, 거기의 금장대.

산이름보다 정자이름이 지명을 대신하는 것만으로도 ‘금장대’의 역사성과 풍광을 짐작할만 하다.
‘신라8괴’에 ‘금장낙안(金藏落雁)’이라 하여 봄을 피해 북으로 날아가던 기러기가 금장대 맑은 물(淸沼)과 경치에 유혹당해 내려앉고는 텃새가 되어버릴 정도의 아름다움, 로렐라이 언덕은 감히 비견할 바 아닌 고고함.
청동기인들이 모여 이 곳 바위절벽에 갖가지 무늬를 새겨 풍요를 기원하고 하늘과 소통했던 곳. 신라의 청년들이 유교경전을 공부하고 그것을 몸소 실행할 것을 돌에 새겨 서약한 임신서기석(壬申誓記石)이 발견된 곳. 신라의 명신 김유신과 그 가족들이 백화 만발하고 송화가루 날리는 때 청소에 모여 연회를 즐기던 곳. 한국 문학계의 거장 김동리(金東里)의 대표작인 무녀도(巫女圖)의 산실(産室)인 이 곳.
수 천년을 돌고 돌아 오는 여름이면 금장대가 다시 세워집니다.

▲ 시인, 문화유산 해설가
정면 5칸, 측면 2칸의 정자건물입니다. 과장되지도 소졸하지도 않을 그야말로 적당한 크기에 주위와 멋드러지게 어울리는 모습을 기다려봅니다. 금장대가 세워지면 우리 시민 모두가 선조들처럼 누리고 즐기는 장소로, 이웃과 사회를 위해 옳은 뜻을 세우는, 사람과 산천과 하늘이 어우러지는 신성스러운, 여유로운 강과 달 바람과 문학으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곳임을 미리 결론지어봅니다.

대에 오르면 올라보아 좋고 건너편에서는 너머 보아 좋은 곳.
그 모든 혜택과 책임은 경주시민의 몫입니다.
 

경주포커스 후원은 바르고 빠른 뉴스제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