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사는 이야기] 아줌마들의 '스마트' 한 코로나19 극복기
[시민기자 사는 이야기] 아줌마들의 '스마트' 한 코로나19 극복기
  • 마순선 시민기자
  • 승인 2023.07.13 1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첫 경험이라 설렜어요”
“도형을 회전하니 글자도 팽팽 돌아가서 당황했어요”
“긴장을 너무 한 탓에 뭔 정신으로 쳤는지 모르겠어요”
“떨다가 시험 망쳤어요. 재수할까 봐요”
“저장 안 하고 전송만 하다가 감독관님 덕분에 무사히 제출했어요”
“'조심하라는 실수'는 모조리 다
한 것 같네요 ㅠㅠ ” 

배우는게 머리에 쥐 날 즈음이면, 쉬어가는 타임도 마련합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만나 수업에 대해 의논하고 추천받은 영화를 보며 긍정적인 일탈을 하기도 하고요... 사진 마순선 시민기자 ⓒ
배우는게 머리에 쥐 날 즈음이면, 쉬어가는 타임도 마련합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만나 수업에 대해 의논하고 추천받은 영화를 보며 긍정적인 일탈을 하기도 하고요... 사진 마순선 시민기자 ⓒ

지난 토요일 파워포인트 자격 인증시험을 끝낸 회원들이 단체톡에 올린 소감들이에요. 무슨 동아리인지 짐작되시죠? 코로나19 시기에 결성한 컴퓨터 활용 능력 향상을 위해 엄마들로 구성된 ‘IT동아리’입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2월부터 3년 넘게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과의 단절이 얼마나 힘들고 불안했는지 다들 겪어봐서 아실 거예요. 평온하던 일상이 위협받고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죠.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더욱 가까이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 지더라구요. 홀로 잘 견뎌야 하는 시기에 사람들이 올린 인터넷 영상들은 또 다른 소통의 창구가 되어 위로가 되었지요. 불안한 시기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면서 나도 한번 유튜버가 되어 볼까?

배움의 필요성은 절실하지만, 우리 엄마들에게 배울 여건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터디 동아리를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2020년 7월23일은 이 동아리의 첫 단추를 꿴 날입니다.
곧바로 유튜버 양성 과정 인원모집은 지역사회교육협의회, 아이쿱 밴드 등 주변 지인들을 중심으로 알렸어요. 
나도 유튜버가 되고 싶다는 열망, 누구의 도움없이 IT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 또 다른 신나는 세상을 염원하며 순식간에 신청자가 몰리는 걸 보고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가 싶더라고요.

여하튼 최소한의 인원을 구성하여 컴퓨터 등 IT활용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만든 아줌마들의 모임은 ‘IT동아리‘라는 이름을 그대로 정했어요.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배움을 위해 후원처를 물색해서 지역사회교육협의회(KACE) 경주지부의 동아리 지원사업 교육비를 지원받아 저렴한 비용으로 배워보는 기회를 마련했어요. 교육 장소와 전문 강사도 섭외하여 모든 준비를 마쳤으나, 10인 미만의 소모임은 허용이 되었지만, 안전상의 문제와 감염병 확산으로 수업 개강일은 자꾸 미루게 되더라고요.

드디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개인 수칙을 강조하며 개강을 결정했어요.  한편으로 걱정되기도 했지만, 또다른 한편으로는 무척 기뻤어요.
콘텐츠 제작자가 되기 위한 아줌마들의 도전을 알리는 시작점이기도 하지만 갑갑한 코로나19 통제 속에 있다가 직접 얼굴 보고 속 시원히 질문도 할 수 있고 부담 없는 조건으로 같이 배울 수 있으니까요.

IT활용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만든 아줌마들의 모임 수업 진행하는 모습
IT활용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만든 아줌마들의 모임은 코로나19 거리두기 속에서 출발했다.사진 마순선 시민기자ⓒ 

이 기회에 노트북 구매를 저질렀다는 분, 남편에게서 선물로 받았다는 분, 컴퓨터 배우는 게 처음이라는 분 등 수준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게다가 컴퓨터 환경 점검하느라 1회기 수업은 후딱 지나갔고, 그후 수업은 하나하나씩 해나갔어요. 뒤처지는 분이 없도록 강사님께서 한 분 한 분 봐주시고 회원 중에 잘하시는 분이 보조 강사 역할도 해주고 짝꿍이 못 따라오면 서로 같이 체크하며 그렇게 배워나갔지요.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배운 것이지만 늘 새삼스러워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느리지만 함께 했어요.

영상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려도 보고 멋진 포스터도 만들었지요. 해당 프로그램이 끝나면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배우고 싶은 분야를 강사님께 요청하였는데 이런저런 요구사항이 많아서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다고 강사님이 실토하시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 년째 이 모임의 강사님으로 계셔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수업이 없는 방학기간에는 강사님께 부탁하여 일일 특강 자리도 마련하여 많은 분들이 알아두면 유용한 기능들을 배우는 기회를 마련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지요.

모임의 진행방식은 배우고 싶은 프로그램, 이 시대에 필요한 편리한 기능 등을 회원들과 의논해서 우리들의 능력을 감안해서 회기별로 계획을 짰어요. 모든 회기를 마치면 일반 학생들처럼 봄·여름·겨울방학을 하면서 배운 걸 익히는 시간을 가졌고요. 머리에 쥐 날 즈음 쉬어가는 시간도 가졌어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만나 수업에 대해 의논하고 추천 받은 영화를 보며 긍정적인 일탈을 하기도 했어요. 옆에서 도와주고 고생하신 분과 일대일로 가르쳐 주시는 강사님께는 특별히 조그만 선물도 준비해서 활기찬 학습 분위기가 유지 되도록 노력했지요.

월 1회는 특별활동으로 지구환경 지키기 일환으로 나와 이웃과 지구를 위한 '그린워킹(줍깅,플로깅)' 으로 건강한 지구를 지키는 우리 모두의 행동을 몸소 실천하기도 했어요. 집게와 장갑, 커다란 100리터 봉지 5개를 준비하여 플로깅(원뜻:조깅을 하면서 쓰레기 따위를 거두어 모으는 행위)도 했어요. 우연히 본 형산강 주변의 하천 일대에 쓰레기가 많아 회원들이 뭉쳤지요. 더운 날씨지만 이왕이면 재미있게 하려고 드레스 코드를 일부러 ’드레스 풍 ‘이라고 공지했더니 드레스에 바지 입으신 분, 상의에 레이스로 힘주신 분, 꽃문양 무릎 장화로 강가에 있는 쓰레기로 단단히 입수 마음 먹으신 분 등등 각자 재량껏 모양내기도 했지요.
수거한 쓰레기가 너무 많아 개인 자동차에 실을 수가 없어서 주민센터에 연락해 회수 요청하는 등 결과물에 다소 뿌듯했던(?) 날이기도 했어요. 준비해간 샌드위치와 과일 도시락으로 더위를 피해 준비해간 돗자리를 마다하고 차 안에서 오손도손 먹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이번 달에는 건강한 라이프케어 활동의 일환으로 각자 채식 한 끼를 마련하여 브런치로 먹으며 다음 일정을 논의하기로 했어요

월 1회는 특별활동으로 지구환경 지키기 일환으로 나와 이웃과 지구를 위한 '그린워킹(줍깅,플로깅)' 활동도 한다. 사진 마순선 시민기자ⓒ
월 1회는 특별활동으로 지구환경 지키기 일환으로 나와 이웃과 지구를 위한 '그린워킹(줍깅,플로깅)' 활동도 한다. 사진 마순선 시민기자ⓒ

올해는 이른 봄방학을 마치고 4월에 개강하였는데 파워포인트를 배워보자는 의견이 많아서 이왕이면 자격증에 도전하기로 했어요. 다행히(?) 저에게 30년 전에 딴 ITQ자격증이 있어서 단체톡에 올리며 동기부여를 하기도 했죠. 시험 칠 때 긴장하고 떨었다는 얘기가 많았지만 좋은 성과가 있을 거라 확신해요. 불과 3개월 만에 성실하고 꾸준한 연습으로 평소에도 수준급의 실력을 보여줬으니까요. 결과가 어떻든 우리 엄마들은 해 낸 거죠. 다소 늦은 나이에 어린 학생들처럼 시험에 도전해 본 이러한 경험은 일상을 살아가는 데 큰 에너지가 된다고 생각해요. 행동으로 보여준 엄마의 열정적인 모습은 자녀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이뤄낸 성취감과 자신감은 또 다른 일을 도전할 때도 큰 힘이 될 거고요.

저는 ‘함께’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아마 그로 인한 힘의 파장이 크기 때문이죠. 혼자서 하는 것 보다 사람들과 함께 도모하는 걸 좋아하는 필자는 IT모임 외에도 혼자서 책을 읽는 게 잘 안되는 분들을 위해 책 읽은 페이지를 인증하는 방법으로 온라인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도 만들어 지속 가능케 할 거라는 신뢰가 가는 분께 넘겨주기도 했는데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어요. 뭐든 시작하고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콩나물시루의 콩나물이 밤새 자라있듯이 조금씩 조금씩 달라진 게 분명히 있을 거예요. 바쁜 아이들에게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고 컴맹이라고 주눅 들고 회피하기보다 이렇게 짬을 내서 도전해 봄으로써 어깨 펴고 당당하게 마주하길 바랍니다.

일상을 살아내느라 버거운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이지만 벌써 3년, 원할한 수업 진행을 위해 15명으로 운영하지만, 회원들이 중도 포기하지 않은 채 한 다리 걸치고 꾸준히 함께한다는 사실이 중요하죠.
회원모집은 개인 사정으로 탈퇴하시는 분이 있으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추가 모집하여 수업 인원을 최대로 맞추고 있어요.

함께 나누는 세상을 실천하고 또 알리는 데 앞장서 주니 든든하다는 회원들의 극찬에 전 또 뭔 일을 도모할까 고민해봅니다. 앞으로도 즐겁게 배우고, 배운 것을 주변에 나누며 함께 으싸으쌰하는 걸 희망합니다. 유대인의 최고의 학습법이 ‘가르치기’처럼 배운 것을 남 주는 게 오히려 자기 능력 향상 순간이기도 하죠. 미세하지만 조금이라도 배움을 나눔으로써 사회에 선한 영향력이 되면 더욱 좋겠어요.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가 되고 아내로서 또 자녀로서 역할이 많은 대한민국의 씩씩한 엄마로 살아가는 바쁜 우리네가 열정과 의지로 꾸준히 해나가길 응원해요.
Shall we do it TOGETHER?

경주포커스 후원은 바르고 빠른 뉴스제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