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불 유지 와불....용역 최종보고회 열암곡 마애불 보존방안 결정 못했다
입불 유지 와불....용역 최종보고회 열암곡 마애불 보존방안 결정 못했다
  • 김종득 기자
  • 승인 2023.07.2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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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남산열암곡마애불상.
경주남산열암곡마애불상.

2007년5월 경주남산에서 엎드린채 발견된 열암곡 마애불의 보존방안을 결정하는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불교조계종이 '경주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모시기 범국민 운동'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지난해 10월, 경주 남산에서 범국민운동을 알리는 고불식을 갖는 등 입불을 추진하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앞으로도 보존방안을 결정하는데에 상당기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이다.

<현대불교신문> 등 불교계 언론과 <연합뉴스> 등 보도를 종합하면, 문화재청과 경주시 의뢰로 열암곡마애불상 보존관리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한국건축역사학회가 25일 국립고궁박물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에서 한국건축역사학회 측은 ▲ 현 상태 유지 ▲ 불상을 세우는 입불(入佛) ▲ 절충안으로서 불상을 90도 또는 180도 뒤집는 와불(臥佛)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학회는 2027년까지 연구 조사를 진행한 뒤 2028년까지 모든 방안을 마무리하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한동수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겸 한국건축역사학회장은 "무조건 세운다, 그대로 놔둔다는 식보다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상황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어떤 방안을 택할지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남산 열암곡 일원 불교사원 터의 중장기적인 복원 로드맵에 대해서도 제안했다. 그는 “열암곡 일원의 불교 유물과 유적들이 당시의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다양한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는 총체적 유산”임을 강조하며, 이 같은 가치를 담아내는 복원 정비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한 교수는 최종적으로 오는 2028년까지 경주 남산 열암곡 일원에 ‘남산 불교사찰 종합전시관’ 설립도 제안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다수 전문가는 추가 연구·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재운 전주대 역사콘텐츠학과 명예교수는 "0.001%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는 문제"라고 언급하며 "불상 조성에 대한 역사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보다 깊이 있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지난해 10월31일 열암곡 현장에서 개최한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세우기 범국민운동 고불식' 모습.
대한불교조계종이 지난해 10월31일 열암곡 현장에서 개최한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세우기 범국민운동 고불식' 모습.

불상을 세우는 문제에서는 의견이 서로 달랐다.
송인호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명예교수는 "입불안이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가 아닌가 싶다"면서도 "불상을 세우는 이유, 회복하려는 가치, 위치와 맥락 등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용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는 "불상을 세울 때 어떠한 문제점도 없는지 의문이 든다"며 "넘어져 있었던 기간이 더 오래됐다면 그것으로 역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에서까지  보존방안에 대한 결론도출 없이 발견당시부터 계속 논의된 3가지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보존방안을 결정하는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최종보고회를 한 '경주남산 열암곡마애불상 보존관리 연구용역'은 경주시와 문화재청이 입불방안을 포함한 합리적 보존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22년5월20일부터 오는 8월19일까지 15개월간 과업기간을 정해 발주한 것으로 문화재청이 3억5천만원 경주시와 경북도가 각각 7500만원 등 총5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이날 최종보고회에서 이광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연구를 통해 암석 표면의 노출 연대 즉, 햇빛을 언제부터 보기 시작했는지 분석한 결과 1050년±317년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오차 범위를 고려하면 넘어진 시기는 733년부터 1367년까지다. 앞서 연구에서 제시된 넘어진 시기보다는 최소 200년에서 800년가량 이전에 넘어졌다는 것이다.

경주시가 2017년 7월 불상 주변 정비와 안정화를 위해 공기관대행사업으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 주변정비 방안 및 실시설계 용역’을 실시한 결과 불상의 축조 시기는 인근에서 발견된 토기의 연대측정을 토대로 통일신라시대인 8세기 후반경에 만들어 졌으며, 앞으로 넘어진 시기는 조선 명종 12년 1557년에 지진으로 넘어졌다고 분석했었다.

이 연구위원은 "당시(2017년) 조사에서는 암반 아래에 있는 토양 시료를 채취해 햇빛을 보지 못한 기간을 추정했는데, (시료 자체의) 오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와 경주시가 2015년 발간한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 정비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경주 일대에서는 여러 차례 지진이 발생했다. '삼국사기'는 779년 지진으로 집들이 무너져 100여 명이 사망했다고 전하고, '고려사'와 '고려사절요' 등은 정종(재위 1034∼1046) 시대에 3차례 지진이 났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2011년 한 연구에서 제안한 1036년 지진 발생 시기와 유사한 결과"라고 언급하며 "암석에서 나온 자료는 오염이 덜 됐기에 (실제 넘어진 시기와) 근접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발견 당시 마애불은 약 35도의 경사면에 머리가 아래쪽을 향한 채 엎어진 상태로 놓여 있었는데, 오뚝한 콧날과 아래쪽 바위 사이 간격이 5cm에 불과해 ‘5cm의 기적’으로 불리며 주목 받았다. 

25일 열린 용역최종보고회 모습. 사진출처 : 현대불교신문
25일 열린 용역최종보고회 모습. 사진출처 : 현대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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