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왜 배우는가?
역사를 왜 배우는가?
  • 경주포커스
  • 승인 2014.01.1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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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상, 문화유산 둘러보기

[三國史記]는 [三國遺事]와 더불어 한국고대사회와 한국사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가장 소중한 자료이다. [삼국사기]는 김부식의 주도하에 11명의 학자들이 고려 인종의 명을 받아 1145년경에 편찬한 삼국시대의 역사서로 총 50권으로 이루어져있다. 현재까지는 회재 이언적선생이 소장하였던 경주 옥산서원 독락당 청분각에 보관되어오던 임신간본(壬申刊本, 또 다른 이름인 正德本)이 가장 오래된 완질본이다. 김부식은 신라왕실의 후예로 고려 문종 29년(A.D 1075)에 경주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자랐으며 22세 되던 해에 과거에 합격한 인물이다.

▲ 삼국사기(경북 경주시 강동면 옥산서원 소장, 보물 제 525호). [삼국사기]는 신라, 고구려, 백제 3국의 역사서로 고려 건국 후 200여년이 지난 후 나라가 안정되고 문화가 융성하던 시대로 접어들면서 고려 역사의 확인 작업으로 이전 시대의 역사정리가 필요하였으며, 거기에 더하여 분열과 갈등으로 국가가 멸망할 수 있다는 역사의 교훈을 후세에 알리려는 목적이었다. [삼국사기]는 4차례에 걸쳐 판각되었지만, 현재 조선 중종 임신년(1512년, 정덕7년)에 간행된 [삼국사기]가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완질의 판본으로 이 판본은 경주와 경상도 관내의 여러 읍에서 나누어 판각되었고 판각된 목판을 경주에 옮겨와 책을 인쇄한 것이다.사진출처 ; 문화재청 홈페이지 <글, 사진=필자제공>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편찬하여 왕에게 올리면서 그가 역사서를 편찬하면서 가졌던 마음가짐이 진삼국사기표(進三國史記表)에 잘 표현되어 있다. 그는 ‘저와 같은 사람은 본래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이 아니고 또 깊은 식견이 없으며, 나이가 늙어 정신이 날로 혼미해지고 비록 부지런히 책을 읽어도 책을 덮으면 곧 잊어버리며, 붓을 잡는데 힘이 없고, 종이를 펴 놓으면 글이 내려가지를 않습니다. 저의 학술이 이처럼 부족하고 낮으며 옛날 말과 지난 일은 저처럼 그윽하고 희미합니다. 그러므로 정신과 힘을 다 쏟아 바쳐 겨우 책을 이룬다 하여도 끝내 볼만한 것이 없을 것이어서 다만 스스로 부끄러워 할 뿐입니다.’ [삼국사기] 편찬을 통해 자신의 역사인식과 능력이 완벽한 것이 아님을 역사 앞에 겸허함을 보여주고 있다.

‘역사(歷史)’란 무엇인가? 그리스시대 헤로도투스는 페르시아전쟁사를 다룬 [역사]라는 책을 통해 과거의 사실을 전승적인 시나 노래가 아닌 실증적 학문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역사(historia)’라는 단어를 서양 최초로 사용하였다. 동양에서는 이 보다 오래전에 사(史)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지만 역사라는 용어는 중국 명나라에 이르러 비로소 ‘역사’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역사는 과거에 일어났던 사실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일어난 사실을 탐구하고 연구하는 것에서부터 그 사실을 기록하는 사람과 그 사실을 바라보는 관점까지를 포함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과거 또는 미래와 단절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E. H.카의 표현처럼 ‘역사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영원한 대화’이며 시간적 연속성이라는 커다란 하나의 범위 안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며 미래는 또 현재의 결과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미래를 알기 위하여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며, 단순히 과거를 연구한다고 해서 역사라는 목적이 충족되지는 않는다. 이제까지의 역사를 통해, 인간의 존재와 인간사회를 이해하고 또 과거의 올바름과 그릇됨을 밝혀 바람직한 미래를 준비하고자 하는 것이야 말로 바로 역사를 연구하는 것이 최종의 목적이다.

한국사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전개된 한국의 역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들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기 위하여 한국사를 공부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위기를 배태시킨 근원을 파악할 수도 있다. 또한 역(逆)으로 이러한 위기들을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을 얻을 수도 있다. 우리는 말과 글을 알기 시작하면서부터 알게 모르게 부모님을 통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책을 통해 한국사를 교육받아 왔다. 이는 다른 어떠한 학문보다 역사라는 학문이 지니는 폭넓은 접목성과 유용성 때문이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국민으로, 사회인으로 시민사회에 책임을 다하고 나아가 지성을 갖춘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근본이 되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1967년 경북 청송 출생
1985년 동국대학교 입학
2003년 대구가톨릭대학교 박사학위 취득
1993.3 ~2005.1 동국대학교 경주박물관 조교, 연구원, 전임연구원
2005.1 ~ 2011.12 (재)신라문화유산연구원 조사연구과장, 조사실장
2012.3 ~ 현)위덕대학교 박물관 전임연구원
2010.3 ~ 현)대구가톨릭대학교 역사교육학과 산학협력교수. 내용을 입력하세요. 근년 들어서 우리사회에 역사 바로보기, 과거사 바로잡기,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 등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이 표현되고 있다. 올 3월 새학기에 사용할 한국사 교과서 선정으로 역사관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역사관을 통해 이루어지는 역사교육이 정치적 인간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올바른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역사교육이어야 한다. 또 우리는 끝임 없이 변화하는 사회에 살고 있기에 역사학자가 아니라도 언제나 당대의 인식으로 겸손하게 또 치열하게 역사를 바라보아야할 의무가 있다.

근대민족주의 사학자인 단재 신채호선생에 의하여 [삼국사기]는 사대적인 역사서로 혹평된 이래 지금까지도 일반인들에게는 이런 평가가 지속되어오고 있다. 그러한 단재 신채호선생 역시, 민족관념의 고유성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서 그는 우리 민족을 세계로부터 고립시켰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발전에 대한 관념이 결여되어 있는 문제로 비판을 받고 있다. 사람에게는 각자 저마다의 시각이 있고 시대마다 그 시대의 시각이 있다. 역사 앞에선 우리는 칼날을 세워 역사를 비판하는데 있어 좀 더 신중하고 겸손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최고의 학자였던 김부식을 통하여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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