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속의 봄바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온난화속의 봄바람,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경주포커스
  • 승인 2014.04.2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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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경주 둘렛길 생태와 환경이야기 ⑨산내면 신원리~우라리

▲ 이현정 <경주숲연구소>
어김없이 경주시경계 둘렛길 탐사하는 날 다가왔다. 하지만 숲의 시작점에 도착할 때 까지도 맘은 편치 않았다.

16일 발생한 진도앞바다 세월호 침몰사고…차가운 바닷 속,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을 돌아올 수 없는 잠을 재운 탓에 즐거운 맘으로 숲에 들다가도 울컥 치밀어 오른다. 오늘은 내내 이러겠지… 온난화속 봄바람까지 더해 숲은 답답한 바람으로 내 그림자조차 눌러 버린다.

일반적으로 침엽수종류와 참나무, 오리나무류 등은 3월에서 5월까지는 바람에 번식의 포인트를 맞춰 놓았다. 시작부터 참나무들의 노란색으로 가는 줄기 사이사이 줄줄이 송글송글 띄엄띄엄 엮어져 있는 수꽃이라고 편의상 말하는 수술들은 잔잔한 바람에 얇게 출렁이고 있었다. 물론 연노랑 꽃가루들이 근처에 떨어져 있다는 걸 나 혼자만 의식한다. 내내 산을 오르며 바람에 온몸을 맡기고 있는 참나무종류들의 수꽃들은 소나무의 꽃가루가 날리기 전에 먼저 공간을 점령했다.
 
▲ 갈참나무 가지 끝의 암꽃

▲ 갈참나무의 송글송글 맺힌 수꽃들

▲ 갈참나무의 송글송글 맺힌 수꽃들
4월 끝 무렵에 걸쳐선 남쪽지방부터 시작해 소나무의 점령 공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앞엔 다른 종류의 나무들(사시나무류) 또한 공간을 점령 했었다. 하늘아래 공간을 어느 누가 먼저 선점을 하느냐, 시기를 봄에 맞춘 공간 선점. 아마 전쟁을 치르듯 뒤 섞여 날린 시대도 있었으리라 추정해 본다.

해는 구름에 가려졌다. 하지만 바람은 쉬었다 불고 쉴 틈 없이 불기도하며 꽃가루로 가득 차 있는 꽃가루 방을 터뜨리기 위해 애처롭기까지 한 모습으로 보인다. 그렇게 바람은 중매를 하고 있다. 숲에 존재하는 모든 참나무들을 상대로 가지 끝에 피는 한 송이라도 붉고 노란 점처럼 피어있는 꽃에 아랑곳없이 내려앉아 짝짓기를 한다. 그래서 참나무류는 변이가 쉽게 일어나는 종으로 이미 여러 문헌에도 소개되어져 있다. 참나무 기본 6종류(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중 신갈나무와 갈참나무의 교배종은 신갈참나무라는 이름으로 도감에 올려 져있듯이…

어느새 장육산에 올랐다. 산벚나무가 환하게 흐린 구름 밑을 채우고 있었고 내려온 숲길은 산벚나무와 개복사나무의 떨어진 꽃잎들이 연한 수채화그림처럼 붓 터치 하듯 점점이 펼쳐있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 한 묘소에 이르러 가방을 일제히 내려놓고 이른 아침에 준비해 온 도시락들을 내어 놓는다. 정말이지 도시락을 나눠먹는 장면은 곤충과 식물의 공생관계를 연신 상상하게 만들었다. 서로 맛있는 음식을 서로 주고받고 하는 것은 마치 개미와 진딧물의 오래된 관계의 진화이다.

▲ 산벚나무 곷잎들이 떨어져 있다.

▲ 졸참나무의 수꽃들
4월의 바람은 잠자고 있던 눈을 깨워 꽃을 피우고 꽃가루를 날려 화려한 꽃비와 대기의 숨은 생명으로 승화시키는 위대한 시기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속 바람은 갈피를 못 잡는 꽃들의 성대하고 화려한 축제를 보는 것 같다.

올해 보문호수변 왕벚나무들은 피는 시기가 조금씩 다른 나무들(개나리, 조팝나무, 자두나무, 복사나무 등등)과 아예 함께 피었다. 온난화속 바람이 더 힘을 내어 강하게 불어야 한다. 햇빛이 너무 강해 4월의 꽃들은 정신없이 피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온난화 속 바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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