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구 교수 "민주주의 위기...노동 시민 손잡고 가야한다"
한홍구 교수 "민주주의 위기...노동 시민 손잡고 가야한다"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4.08.2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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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민주노총 경주지부 8월 교양강좌 특강

▲ 1970년대 사회상을 보여주는 사진.
한국 현대사학자이자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20일 경주시근로자복지회관 대강당에서 ‘유신’을 주제로 강연했다.

민주노총경주지부 8월 교양강좌로 열린 강연은, 한 교수가 《한겨레》 토요판에 1년 반 동안 연재한 ‘유신과 오늘’을 묶어 낸 책 ≪유신-오직 한 사람을 위한 시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1970년대의 한국을 집중 조명한 ≪유신≫은 김대중 돌풍과 신민당 약진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집권에 대한 위협이 커진 1971년 대선·총선에서부터 1979년 10월26일 김재규에 의한 박 대통령의 죽음, 이후 전두환의 내란과 1980년 5월18일 광주민주화항쟁까지의 한국 현대사를 담은 책이다.

▲ 1972년 11월21일 유신헌법 국민투표때 고 박정희 대통령등이 투표하는 모습.특강에서는 1970년대의 진귀한 사진이 많았다.
강연에서는 그의 저서를 바탕으로, 박정희 대통령 집권 18년 중 후반 9년 동안 벌어진 일들을 통해 유신시대가 탄생한 배경, 붕괴해가는 모습, 박정희가 어떻게 헌정을 파괴하고 국민 위에 군림했으며 민주주의를 파괴해 갔는지, 그리고 80년 5월 광주를 딛고 어떻게 민주화를 이뤘는지를 그시대를 흔들었던 주요사건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오후6시10분부터 9시까지 약 3시간동안 이어진 강연에서 그는, 김대중 납치 사건,긴급조치와 민청학련, 인혁당 재건위 사건, 대통령 저격 미수와 육영수 여사의 죽음, 장준하 의문사, 금기의 시대와 청년문화, 동일방직 노동조합 인분 사건,기자들의 각성, 자유언론실천선언,동아일보 백지광고 사건, 강남공화국의 탄생, 중학교 입시 폐지와 고교 평준화,10ㆍ26의 서곡, YH 사건과 80년 신군부의 등장까지 1971년 유신때부터 1979년까지 발생한 굵직한 사건과 사회상을 보여주는 신문기사와 사진등을 동원한 설명으로 청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노동운동의 씨앗을 뿌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 고 이소선 여사의 보도사진을 보이며 "대한민국이 불행한 나라인 것은 나이든 어머니가 아들,딸의 영정을 안는 일이 너무나 많은 것"이라고도 했다. 자연스레 세월호 사고로, 보석같은 아이를 가슴에 묻은 2014년 단원고 부모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듯 했다. 눈물을 훔치는 청중들이 적지 않았다.

유신정권 하에서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이었던 공안검찰의 상징 김기춘이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재임하고  현실에 대해 그는 “한국의 민주화운동이 군사독재, 정보정치, 공안검찰과 싸워 왔는데 이제 그 세 가지가 한꺼번에 부활했다”고도 했다.

“80년 광주의 참혹한 파괴를 딛고 87년 6월 민주화 항쟁으로 꽃피웠던 것은 80년 5월 전남도청에서 스스로 죽음의 저항을 선택했던 시민들과, 그후 살아남은 자의 슬픔으로 각성했던 시민들의 저항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라고 강조한 그는 “이제 세월호의 슬픔을 묵도한 살아남은자의 슬픔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 했다.

▲ 강연하는 한홍구 교수
강연말미, 한국사회를 민주주의 위기라고 진단한 그는 시민과 노동의 하나됨을 강조했다.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민주화운동을 자랑했던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것은 은 노동 따로 시민 따로 활동 했기 때문이었다”다면서 ‘시민과 노동의 하나됨’을 강조한 것.

정부와 기업은,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에게 천문학적 금액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청구함으로써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연달아 일어나고 노조가 약화되는 현실을 고치지 않고는 민주주의는 결코 이룰수 없다며 최근 그가 집중하고 있는 '손에 손잡고'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갔다.

올해초 자신의 제안으로 시작돼 행동하는 시민들의 모임으로 발전한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잡고’(손잡고)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손에 손잡고’는 노동자들에 대한 고질적인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조처에 맞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고, 손해배상과 가압류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회 원로들과 정치인, 교수 등 각계 인사와 시민 500여명이 모여 지난 2월 출범했다.

조국 서울대교수가 대표를 맡았고, 신승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 서해성 소설가,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등이 참가하고 있다.

가수 이효리(35)씨가 쌍용자동차와 철도노조 노동자들을 돕겠다는 뜻을 밝혀 화제를 부른 ‘노란 봉투 캠페인’도 아름대운재단과 ‘손잡고’ 모임이 함께 기획한 모금운동이다.짧은 기간에 15억원 가까운 거액이 모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손잡고’는 앞으로 기업들의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문제에 대한 인식 확산과 피해자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 법제도 개선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했다.

"70~80년대 우리 편이라고 해봐야 다 합쳐 한줌 남짓했던 시절,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이 따로 가지는 않았다. 세상이 쬐~끔 좋아지고 우리 편이 쬐~끔 늘어난 다음부터 노동과 시민이 따로 가기 시작했지요. 새롭게 각광받기 시작한 시민운동이 신선한 아이디어로 1인시위를 하면 신문 1면에 사진까지 실리며 기사가 크게 났지만, 아마 그 무렵부터 노동자들이 여의도고 종로고 십만명이 모여 머리띠 두르고 팔뚝질 해봐야 신문에 한 줄도 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85호 크레인에서 목매달아 죽은 김주익의 변호사가 노무현이었습니다. 둘이 한편이었을 때 그들은 승리하여 김주익은 한국 굴지의 대기업 한진중공업의 노조위원장이 되었고, 노무현은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둘이 남남이 되었을 때 김주익은 85호 크레인에서 세상을 등졌고, 노무현은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졌습니다. ‘시민’의 절대다수가 노동자인 상황에서 노동 따로 시민 따로 가니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 될 수밖에요. 노동 없는 민주주의가 망할 수밖에요. 진보하는 야만에 맞서려면 우리도 ‘손잡고’ 나서야 합니다”

그의 호소에 강연에 참가한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강연이 끝난후 ‘손잡고 후원약정서’를 손에 든 긴줄이 한 교수앞으로 이어졌다.
한 교수는 후원을 신청한 시민들에게 일일이 자신의 저서에 서명을 하고 건네며, '후원과 연대'에 고마움을 표한뒤 경주를 떠났다.

손잡고 홈페이지 바로가기 
 

▲ 시민과 학생들이 한 교수의 저서에 서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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