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소설 <거짓말이다> 김탁환 작가, 진상규명은 진행중...온전한 인양 절실
세월호 소설 <거짓말이다> 김탁환 작가, 진상규명은 진행중...온전한 인양 절실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6.09.0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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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회 취재 후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수습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민간잠사수들을 다룬 장편소설 <거짓말이다>(북스피어)를 펴낸 김탁환 소설가(48)가 6일 오후 7시 성건동 카페 정키즈 안에 있는 북카페 ‘책방 노닐다’에서 경주지역 독자들과 만났다.

그는 9월1일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 7개 도시의 작은 책방에서 독자들을 만났다. 6일 경주에 왔고, 7일 일산의 한 서점이 마지막 일정이다.

<거짓말이다>는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 수색에 참여했던 민간인 잠수사 고 김관홍씨의 증언을 토대로 한 소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세월호 참사를 다룬 팟캐스트 방송 ‘416의 목소리’에 참여하면서 김 잠수사를 만났고, 그와 긴 시간동안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소설을 썼다고 한다.

▲ 6일 김탁환 작가가 소설을 쓴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오후 7시부터 약 2시간여 이어진 그의 강연 제목은 ‘<거짓말이다>, 나는 이렇게 썼다.’
그는 1996년부터 20년동안 52편의 소설을 썼다. 그중  51편이 장편.  
연애, 인간의 욕망을 주제로 52번째 작품을 구상하던 중에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를 만난다.

“한달동안 책상앞에 앉아도 글이 안됐다. 친분이 있는 가수 김창완씨와  대화를 하던중, 그가 세월호를 추모하며 직접 제작한 노란리본을 기타로 연주했다.  ‘아! 가수는 노래로 하는구나. 나는 내가 잘하는 방식. 세월호를 소설로 써보자'고 생각했다. 2014년 6월초부터 쓰기 시작해 내놓은 책이 <목격자들>이다.“

그의 생애 첫 단편소설이자 세월호 참사를 다룬 첫  소설 <목격자들>은 지난해 2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2개월 앞두고 세상에 나왔다.

<목격자들>은 정조4년(1780년) 7월20일, 영남의 호조창에서 세곡을 싣고 한양으로 한양하던 조운선이 영암 앞바다에서 침몰한 조선왕조 실록을 근거로 풀어낸 역사추리소설.
각지에서 한양으로 세곡을 운반하던 조운선의 침몰, 그 세곡을 둘러싼 권력자들의 추악한 범죄는, 선주의 이익추구로 증축되어진 선박의 침몰과 정부의 무능한 대응을 그렸다.
세월호를 역사소설로 비유한 것이다. 소설은 조선명탐장이 사건을 깨끗이 해결했고 정조는 사과했다.

<목격자들>을 출간된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했지만 현실은 소설보다 훨씬 못했다.
진상규명이 전혀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는 그때의 자괴감을 이렇게 설명했다.

“세월호에 도움이 될까해서 쓴 소설이다. 그러나 1년이 다되도록 진상규명이 전혀 안됐다. 소설가로서 자괴감을 느꼈다. 역사소설 한편으로는 세월호 문제 해결에 젼혀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이다. 이 소설의 한계는 은유와 비유였다. 현실자체가 아니었다.”

문학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보탬이 되려면 현실을 정확하게 써내야 한다고 결심했다. 이때부터 은유나 비유가 아닌 실제 세월호의 진실을 탐구했다.

첫 번째로 단원고 희생학생 250명의 방을 20명의 사진가들이 촬영한 사진전을 관람했다.
“더 이상 세월호 사건은 단순히 먼 바다에서 여객선 한척이 침몰한 것이 아니었다. 안산이라는 한 도시에 죽은 아이들의 방이 250개 한꺼번에 생긴 사건이며, 그 250개의 방 주인, 학생 엄마들은 매일 청소를 하고, 저녁이면 불을 켜고 아침이면 불끄기를 반복하는, 2014년 4월16일에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현재 진행형 사건으로 다가왔다”

이어서 유족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4·16의 목소리’라는 팟캐스트의 사회를 맡았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팟캐스트였다.
3월2일 고김관홍 잠수사가 여기에 출연했다
그때 <거짓말이다>를 구상했다.
“김관홍 잠수사 이야기를 들으며 그전까지는 감히 불가능해 보였던 장편소설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90도 기울어진 침몰해 있는 세월호 상황을 목격한 유일한 사람들은 25명의 민간잠수사들이다. 이들의 시선으로 쓰면 우리가 모르는 절반, 즉 수중의 진실을 쓸수 있고, 육상의 다양한 거짓말을 모두 쓸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6일 강연)

"이전까지 내가 들었던, 유가족과 생존 학생, 해경과 정부의 이야기는 모두 땅 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다 밑 이야기다. 2014년 4월16일부터 세월호라는 해저 공간에서 있었던 일들을 써야 온전한 서사가 되겠다고 느꼈다. 곧 ‘소설을 육상과 해저 두 공간으로 나눠서, 해저 이야기는 민간 잠수사의 시각으로 그리자’는 착상이 떠올랐다. 따져보면 살아서 바다 밑에 가본 사람은 잠수사들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거짓말이다>가 ‘민간 잠수사 소설’이 아니라 ‘세월호 소설’이라고 불렸으면 좋겠다. 이 땅과 바다에서 있었던 일을 다룬 세월호 소설로."(시사 인)

지난 6월17일 사망한 고 김관홍 잠수사는, 세월호 참사 뒤 7일 만에 수중 선체 수색 작업에 합류해 두달 반 넘게 구조 작업을 했다. 세월호 의인으로 불리는 민간잠수사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참사 수습 현장의 온갖 혼선과 불합리를 증언하는 등 잠수를 포기하고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을 하면서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을 벌였다.
지난 총선에서는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차량을 운전하는 등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다.

김 작가는 3월2일부터 김 잠수사가 숨지기 2주전인 6월4일까지 매주 그를 만났다. 등장인물 20명은 길게는 10시간이상 인터뷰를 거쳤다. 그걸 풀어 소설에 목소리를 넣었다. 은유와 상징을 덜어냈고, 묘사는 보수적으로 팩트 체크를 거쳤다.

민간인들이 생업을 던져두고 대형 해양 참사 현장에 간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잠수해서 시신을 뭍으로 수습해낸다. 그런데 국가는 이들을 배신한다. 잠수사들에게 치료비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동료의 사고사에 책임을 지워 최고참 공우영 잠수사를 재판정에 세운다. 여기에 맞서 발언하던 김관홍 잠수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세월호 민간 잠수사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소설이었고. 8월5일 세상에 나온 소설 <거짓말이다>는 이 ‘비현실적’ 서사를 다뤘다.<시사 인>

▲ 독자들과 함께 기념촬영. 펼친 손팻말은 책을 감싼 겉표지의 안쪽을 펼친 것이다.
그는 무엇이 ‘진짜 진실’이고 무엇이 ‘진짜 거짓’인지 정확하게 판명하려 했다. 이 소설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것인가에 집중했다.

거짓은 거짓으로, 참은 참으로 정확하게 기억하자
첫 번째 그가 하고 실은 말은, 거짓은 거짓으로 참은 참으로 정학하게 기억하자였다.

“민간잠사수에 관한 유언비어 중에 잠수사들이 가장 힘들어 했던 것은 수습한 시신 한구당 500만원을 받았다는 유언비어다. 결코 있을수 없는 거짓이엇다. 잠수사는 팀으로 움직였다. 희생자 수습을 위해 침몰선내에 진입한 25명의 민간잠수사들이 일당 계약서 조차 한 장쓰지 않고 시신수습과 인양에 나선 그 이타성을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왜 저렇게 할까라는 누군가의 물음에, 그들의 활동을 마뜩찮아 한 누군가가  잽싸게 돈으로 바꿔 버렸다. 민간잠수사들이 가장 치욕스럽게 생각하는 거짓말이었다.사상최대의 구조라는 말이 거짓이었듯이."

다음으로는 아름답게 기억하자다. 무엇을?
작가의 말이다.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한 희생학생의 엄마는 1년동안 실어증으로 고통 받았다. 그 고통을 딛고 진상규명 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분은 어떻게 상처를 딛고 새롭게 나설수 있었을까?
김관홍 잠수사도 마찬가지였다. 희생자 수습때 얻은 잠수병으로 고통당하면서도 민간잠수사들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세월호 관련자들을 만나보면 이런분들이 30명은 보인다. 저런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다음작은 그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기록할 것이다“

그는 8월22일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왜 이 작품을 썼냐?”는 물음에 “인간만이 지닌 아름다움을 봤다”고 했다. 
"불행을 이유 없다 버려두지 않고, 모래알같은 단서들을 하나하나 주워모아 궁리하는 인간이 아름다운 겁니다. 슬퍼도 아름답고, 아파도 아름답고, 굶거나 육두문자로 고함을 질러대도 아름다운 겁니다. 저는 그 아름다움을 봤습니다. 그걸 더 보고 싶고, 더 이야기하고 싶어 여기 있는 겁니다. 그 뿐이에요."

그는 강연회 결론을 대신해 2016년 황해문화 여름호에 쓴 한 평론가 쓴 <세월호와 함께 살아가기>를 인용헸다. 생애의 사건이다.

“누구에게나 생애의 사건이란게 있을수 있을 것이다.그것은 인생의 소소한 사건들에서부터 보다 큰 역사적 사건들에 이르기가지,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에피소드에 불과한 것들일지 모르지만, 당사자에게는 삶의 지침을 바꿔 놓을 정도로 충격적이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 영향이 평생동안 지속되는 사건을 말한다.
어떤일이 누군가에의 ‘생애의 사건’이 된다는 것은 곧 그가 그 사건과 평생을 함게 살아 간다는 것을 뜻한다.그리고 그 사건과 함께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우선은 그 사건에서 깊이 내면화된 정서적 충격을 자기 자신의 일부로 전화시킨다는 것, 그것이 트라우마라면 그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기꺼이 그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그 사건과 자기 삶의 본질적 연관성을 깊이 이해하고 자기의 삶에서 그 의미를 지속적으로 묻고 대답하며 일상적 실천속에서 그 의미를 현실화 해 나간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에게 세월호참사는 생애의 사건이며 앞으로 줄곧 세월호와 더불어 살아가겠다는 다짐으로 들렸다.

강연회가 끝난 6일밤 기자는 7일 새벽3시40분까지 <거짓말이다>를 모두 읽었다.
"한 페이지를 읽으면 순식간에 다 읽게 만드는 것이 장편 작가의 욕망"이라는 그의 바람때문이 아니었다.
너무 슬펐거나 궁금해서 다 읽은 것도 아니었다.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그동안 세월호 기사는 빠짐없이 읽었고 다 안다고 했던 거짓이 부끄러웠다. 
세월호 희생자 수습에 헌신했던 민간잠수사들이 그토록 참혹한 환경에서 고통을 당했고, 그후 국가에 의해 치료비지원 조차 중단된 채 고통당하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못한 얼치기 지식이 못내 부끄러웠다.
부끄럽고 미안해서, 읽던 책을 차마 놓을수 없었다.

이책, 작가의 말, 마지막 문장은 "뜨겁게 읽고 차갑게 분노하라“고 맺었다.

차갑게 분노하라.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그 뜻을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에 호의적인 많은 사람들이) 관련된 책도 사고, 노란 리본도 단다. 페이스북에 세월호 관련 기사가 올라오면 ‘좋아요’도 누른다. 그런데 기사를 읽지는 않는다. 책도 사서 꽂아만 둔다. 태도는 실천이 아니다. ‘나는 이만큼 도덕적 인간이야’에서 멈춰선 안 된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래서다. 이책은 많은 분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거짓은 거짓으로 참은 참으로 정확하게 기억하기 위해
고 김관홍 잠수사같은 이들의 아름다운 활동을 기억하기 위해 .
책 저자 인세 전부를 진상규명에 기부하겠다는 그의 아름다운 활동을 응원하기 위해.
드러나지 않은 많은 진실규명을 위해.

이 책을 둘러싼 표지의 안쪽을 펼치면 '온전한 인양, 명확한 증거'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펼치면 손팻말이 된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지금, 가장 절실하게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한편 이 소설을 탄생하게 했던, 고 김관홍 민간잠수사가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반드시 국회의원으로 당선이 돼야 한다며,차량운전으로 봉사했던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더불어 민주당 국회의원이 24일 오후 7시 경주시근로자복지회관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의 현재와 과제'를 주제로 경주시민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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