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차 경주시 경계탐사 주변 가볼만 곳] 첩첩산중 산내면 천주교 성지
[제11차 경주시 경계탐사 주변 가볼만 곳] 첩첩산중 산내면 천주교 성지
  • 경주포커스
  • 승인 2023.11.3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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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최남단 산내면은 해발고도 1000m에 이르는 높은 산이 많다.
옛부터 높은 산이 첩첩이 둘러싸고 있는 곳은 먹을 것이 풍부하지 않아 사람살기에는 그다지 좋지 못했지만, 쫓기는 사람들이 몸을 숨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장소이기도 했다. 
조선후기 조정의 탄압이 극심했던 천주교 관련 장소가 산내면에 유독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제11차 경주시경계탐사 주변에 있는 천주교 성지및 공소를 소개한다.

글 김성대 (교사. 신라문화동인회 부회장)
 
진목정 공소(眞木亭 公所)와 와항공소(瓦項공소)

진목정 공소 외부.
진목정 공소 외부.
진목정 공소 내부
진목정 공소 내부

우리나라에 천주교는 17세기경 ‘서학’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온다. 천주교는 신유박해(1791년), 기해박해(1839년), 병오박해(1846년), 병인박해(1866년)를 겪으면서 많은 순교자가 생기고 신자들은 관의 눈을 피해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 교우촌을 형성하면서 신앙생활을 했다. 이렇게 형성된 교우촌을 바탕으로 공소가 생겼다.

공소는 본당보다 작아 본당 주임신부가 상주하지 않고 순회하는 구역의 천주교 공동체이다. 신부가 상주하지 않기 때문에 미사가 집전되지 못하며 공소 교우들의 본당 신부를 대리하는 공소회장을 중심으로 성찬의 전례가 빠진 미사형식의 공소예절이 행하여 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공소는 평택성당의 대추리 공소인데 1799년 이전에 설립되었다고 한다. ‘카톨릭신문’ 자료에 따르면 1969년 1,906개였으며 2020년대에 500개 정도이니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이 감소하듯이 점점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지금의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지역은 당시 깊은 산골이라 천주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은신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울주군 지역에 길천공소, 순정공소, 공근리공소, 살티공소가 있으며 경주지역에 진목정공소, 와항공소(현재 폐쇄됨), 의곡공소가 있다.

우리나라 천주교회의 첫 모습은 공소였으며 한국천주교회 200년의 반 이상이 공소시대였으므로 천주교회의 모태가 바로 공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소신자수, 공소 전례, 공소 사목 활동, 공소 재정 등의 여러 측면에서 볼 때 현재 공소는 옛날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진목정 공소

순교자 기념성당에서 진목정 공소로 이동하면서 뒤쪽에서 바라본 모습.
순교자 기념성당에서 진목정 공소로 이동하면서 뒤쪽에서 바라본 모습.

진목정은 옛날에 있었던 참나무 정자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천주교 박해 초기에 진목정 주변에도 박해를 피해 숨어들어온 신자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교우촌 만들어지고 공소로 자리를 잡았다. 박해를 피해 온 당시 신자들의 후손들이 현재까지 살고 있다고 한다.
산내면 내일리 진목정 순교자기념성당 인근에 있다. 

▪와항공소

와항공소. 

옛날부터 기와를 굽는 흙이 많이 생산되어 ‘와항’이라 부르게 되었다. 언제부터 공소로 되었는지 자세히 알 수 없다. 천주교 박해를 피해 신자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신앙생활을 하는 교우촌이 형성되면서 공소로 자리 잡았다. 
한국 전쟁 시기에 빨치산의 소굴이 될까 두려워서 자진 폐쇄하였고 전쟁 후 다시 공소를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나 산골 지역에 위치한 공소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자 수가 줄어들면서 몇 년 전에 관리하시던 전 공소회장님이 돌아가신 후 폐쇄되었다고 한다.

진목정 성지 순교자 기념성당

순교자기념성당
순교자기념성당
성당아래에 있는 순교자의 묘.
성당아래에 있는 순교자의 묘.

1868년 병인박해(1866년)를 피해 온 이양동(베드로), 김종륜(루카), 허인백(야고보) 3명이 소태골 범굴에서 숨어 지내다 함께 체포된다. 경주 관아에서 울산으로 압송된 후 순교한다. 세 분의 유해를 허인백의 부인이 거두어 진목정이 있는 도매산 중턱(단석산 줄기)에 비밀리 묘를 썼다고 한다.

천주교대구교구에서 2017년 병인박해 150주년을 맞이하여 세 분의 순교정신을 기리기 위해 성당을 지어 봉헌하였다고 한다. 진목정 성당은 순교자 기념 성당이다.

세 분의 유해를 모신 묘는 1932년 대구 월배동 감천리 천주교회 묘지로 이장되었다가 1973년 대구 신천동 복자 성당으로 다시 이장되었다. 현재는 가묘이다.2014년 교황 프란치스코가 한국을 방문했다. 8월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이 세 분은 교황의 허락으로 시복(諡福)되었다.

성당 내부에는 ‘허인백’이 나무 그릇을 만들어 팔며 신앙 생활하는 모습, ‘김종륜’이 고문 당하는 모습, ‘이양등’의 순교 장면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범굴

범굴 입구.
범굴 입구.

진목정 공소에서 약 3.6km 떨어진 단석산(소태리 단수골)에는 세 순교자가 박해를 피해 숨어 살았다는 범굴이 있다. 소태골 피정의 집에서부터 시작되는 십자가의 길을 따라 산을 오르면 범굴에 이르게 된다. 2019년 12월경 이곳을 찾았을 때는 범굴 입구는 무너져 있었다.

세 분이 숨어 살았던 범굴은 한국 전쟁 기간에 공비들의 은거지를 없애기 위해 국군들이 범굴을 폭파했다. 그리고 세월 속에 잊혔다. 1974년부터 범굴의 위치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이후 지역 주민의 도움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1989~1990년 2년 걸쳐 동굴 내부를 측량과 촬영하였다. 2011년 ‘진목정 성지개발위원회’를 만들어 개발하려고 했으나 산사태 우려로 인해 범굴을 개발하지 않기로 하고 2021년 순례자의 집을 건축하면서 범굴모형을 반영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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