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태극기게양대설치, 끝내 추진 한다면...
[주장] 태극기게양대설치, 끝내 추진 한다면...
  • 김종득 기자
  • 승인 2024.02.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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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가 가장 바람직, 끝내 추진한다면 동해안 문무대왕수중릉 일대 강추

경주시가 추진하는 초대형태극기게양대 설치 논란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제277회 경주시의회 임시회에서 경주시가 제출한 2023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예산 약7억원이 포함된 사실이 경주포커스 단독 보도로 알려진 뒤 무려 4개월이 흘렀다. 

경주시는 지난해 11월 착공해 올해 2월말까지 완료하겠다던 계획을 보류하고 예산을 4억원으로 잠정 축소했다.
그러는 사이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는 반대, 보수성향의 사회단체는 찬성 의견으로 나뉘며 시민사회마저 찬반으로 갈라지는 양상이다.

태극기게양대설치를 둘러싸고 여러가지 논란이 있지만 핵심은 '애국심 함양'이라는 목적에 있다. 
국기선양,관광자원 발굴, 신라 56왕을 표방한 56m 높이로 설치해 삼국통일의 성지이자 대한민국통일의 새로운 출발지 경주의 상징성과 의미를 부각하자는 등 경주시가 밝힌 목적은 모두 이를 그럴듯하게 포장하려는 수사에 불과 하다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애국심함양 이라는 '목적'을 두고 찬반의견이 분명하게 엇갈린다.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기존예산에 준해’ 태극기게양대 설치 및 공원조성을 촉구한 찬성단체들은 “경주시 일원에 자랑스러운 태극기의 위상을 든든히 세움으로써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과 시민에게 국가정신과 애국의식을 고취하게 됨은 참으로 웅대한 기상의 발로”라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경주시지역위원회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성명에서 “애국심이 강요나 권유로 생겨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역시 지난달 30일 발표한 논평에서 “우리국민의 애국심과 태극기 사랑하는 마음은 더없이 훌륭하다”고 일갈했다.

기자는 태극기게양대 설치와 애국심함양은 무관하다고 본다.
솔직히 태극기게양대 설치를 통해 애국심을 함양한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발상이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그러나 찬성하는 의견도 존중한다. 
태극기나 태극기게양 장면을 보면 애국심이 생긴다는 주장도 받아 들이기는 어렵지만, 존중한다. 
국가 상징물을 활용해 애국심을 함양하려고 시도하는 국가가 없지 않은 것이 엄연한 현실인 만큼 찬성하는 의견도 나름의 일리는 있을수 있다고 양보할 수도 있다.

찬반의견이 서로 다른 가치관과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이 문제는 논쟁을 통해 결론을 낼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논쟁을 오래 한다고 해서 결론이 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태극기게양대 설치를 두고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는 반대, 보수성향의 사회단체는 찬성쪽으로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30일 반대 기자회견, 1월30일 찬성 기자회견 모습.
태극기게양대 설치를 두고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는 반대, 보수성향의 사회단체는 찬성쪽으로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30일 반대 기자회견, 1월30일 찬성 기자회견 모습.

그렇다면 '예산과다' 쟁점은 어떠한가? 
경주시는 당초 설계비 5000만원, 공사비 6억4559만원등 총 6억9559만원의 시비를 투입하겠다고 했다.
'7억짜리 태극기게양대 설치'가 회자된 것이다.

그러나 예산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경주시는 최근 시민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면서 4억원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경주시 스스로도 예산이 과도하다는 시민정서를 어느 정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의견쪽 입장에서 보면 4억원의 예산도 적은 것은 아니지만, 7억원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거부감이 적을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 쟁점은 장소문제.
경주시는 당초 황성공원내 타임캡슐광장이나 예술의 전당쪽 중 한곳이라고 했다가 최근에는 김유신장군 동상인근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황성공원을 염두에 둔 발상이다.

찬성하는 쪽은 황성공원이 시민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어서 매우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지난해 9월13일 경주지역 시민단체 가운데 가장 먼저 반대입장을 밝힌 경주환경운동연합은 ‘황성공원’이라는 장소의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경주환경연은 성명에서 “황성공원에 높이 50미터의 대형 시설물을 건설하는 문제는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도시 경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또한 황성공원 주변은 주민 밀집 지역인 만큼 주민의 심리적 거주 안정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 6월 21일 주민 설명회에서 발표된 ‘황성공원 그랜드플랜’ 조성계획(안)에는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가 없었다”면서 “주민 설명회 및 공청회 등을 거쳐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은 황성공원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애국심함양, 예산, 장소에 대해 찬반의견으로 의견이 나뉘고 있지만, 이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 
경주시는 하나마나한 의견수렴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고, 지역 정치권은 침묵하고 있다.

정치의 중요한 기능 중에 하나는, 인간생활 어디에서나 발생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대립이나 의견차이를 조화롭게 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경주시의회를 비롯한 경주정치권에서 이같은 역할수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9월 제277회 임시회에서 태극기게양대설치를 두고 "김석기국회 의원의 오더가 아니냐?"는 무소속 의원의 비판이 있긴 했지만, 시의회 절대다수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더 높이, 더 크게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 예비후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한영태 예비후보를 제외하고는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후보는 적어도 기자가 아는한 아직은 없다. 
이 문제에 대해 현재 경주지역 정치권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나?
그렇지 않다. 있다.

애국심함양에 대한 찬반 의견차이는 앞에서 거론했듯이 좁히기 어렵다. 
예산은 7억원에서 4억원으로 줄여 추진 한다면 반대단체들의 활동이 약해질 가능성도 배제 할수 없다.
이럴경우 마지막으로 남는 문제는 장소다. 

기자가 주장하는 대안장소는 문무대왕릉 인근 경주 동해안 일대다.
문무대왕릉은 ‘죽어 용이되어 왜구를 막겠다’던 문무대왕의 호국정신이 깃든 곳이다. 
지척에 있는 감은사는 그 부왕을 기려 아들 신문왕이 완성한 절이다.
충과 효, 애국심과 부모공경 사상이 모두 서려 있는 곳이다. 
더구나 감은사는 우리나라 사찰 장식 가운데 태극문양으로서는 가장 오래된 장대석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감은사지 태극문양 장대석. 우리나라 사찰의 태극문양 장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감은사지 태극문양 장대석. 우리나라 사찰의 태극문양 장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이 일대는 이미 문무대왕성역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 설치하는 태극기게양대는 역사성이 있는 장소에서 시민 및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애국심,나라사랑,효 정신을 되새기게 할뿐만 아니라 해양역사박물관 등을 방문하는 관광객들도 그 뜻을 생각하게 하는 장소가 될수도 있을 것이다.

경주시에서는 전임시장때인 2015년, 감은사 인근에 태극기게양대설치를 추진하다가 문화재 주변지역이라 실패한 경험이 있다며 황성공원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건 말그대로 핑계일뿐이다. 
그 문화재 주변지역에 이미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문무대왕성역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태극기게양대 설치하고 소공원 하나 추가로 만들지 못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어불성설 아닌가?
황성공원을 고집하는 것이야 말로 '누군가의 오더를 받아 추진한다'거나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일부의 비판을 오히려 확산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기자는, 태극기게양대 설치계획은 지금이라도 취소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주시가 끝끝내 추진 한다면, 문무대왕릉 인근 동해안 일대를 대안으로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나마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살릴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태극기게양대설치 논란, 이제는 끝낼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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