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특별법 '부지내 저장' 반발 여전
고준위특별법 '부지내 저장' 반발 여전
  • 김종득 기자
  • 승인 2024.02.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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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계와 정부가 2월 국회 임시회에서 고준위방폐물특별법 가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월성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요구해 온 '원전부지내 임시저장시설 설치 운영' 조항이 삭제되지 않고 있어 주민들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2022년 8월 30일과 31일 국민의 힘 김영식, 이인선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은 모두 ‘사용후핵연료 중간 저장시설이나 영구 저장시설이 마련될 때까지 원전 부지 내에 임시 저장시설을 설치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데, 원전인접지역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이 조항을 ‘독소조항’으로 규정하고 삭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받아 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계 정부, 2월 국회 통과 총력 대응 분위기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고준위방폐물 제정 촉구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동경주 주민들이 '원전부지내 저장시설 설치'조항의 삭제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고준위방폐물 제정 촉구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동경주 주민들이 '원전부지내 저장시설 설치'조항의 삭제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원자력계는 2월 임시국회 법안처리 본회의 일인 29일이 다가오면서 이들 의원들이 발의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제정을 위해 말그대로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학회장 정재학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고준위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범국민대회’(이하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성원 의원을 비롯해, 법안 대표발의자인 이인선·김영식 의원, 원전을 지역구에 둔 김석기(경주)·정동만(기장)·서범수(울주) 의원이 참석했다.

또한, 경주·기장·영광·울주·울진 등 원전 소재 5개 지역주민과 지자체 관계자,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한국원자력산업협회, 한국전력기술, 두산 에너빌리티, 대우건설, 현대건설,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산·학·연 관계자, 경희대, 서울대, 카이스트를 포함한 8개 대학 학생 등 총 600여 명이 참석하여 고준위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원자력산업협회를 비롯해 원자력 및 방사성폐기물 관련 업계도 성명을 통해 “원전산업 활성화와 수출경쟁력 강화를 통한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21대 국회가 협치와 합의의 정신으로 고준위 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도 적극적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도 “정부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특별법 제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월성원전 주변지역 주민, 부지내저장시설 설치 조항 삭제 요구

그러나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경주시 양남면, 문무대왕면, 감포읍 일부 주민들은 고준위특별법의 ‘부지 내 저장시설 설치’ 조항을 삭제하라고 요구한데 이어 26일 동경주발전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부지 내 저장시설 설치’ 조항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2023년2월20일 경주시원전범시민대책기구의 기자회견을 보도한 경주포커스 보도.
2023년2월20일 경주시원전범시민대책기구의 기자회견을 보도한 경주포커스 보도.

주민들의 이같은 요구는 오래전부터 제기된 것이다.

경주지역에서는 2022년 8월 30일과 31일 국민의 힘 김영식, 이인선 의원이 고준위방폐물특별법을 발의한 직후부터 터져나온 요구다.

경주시의 자문기구인 경주시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와 원전주변 3개읍면 발전협의회는 지난해 2월20일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부지내 저장시설운영을 독소조항으로 규정하고 무조건적인 삭제를 요구하기도 했었다.

원전범대위는 기자회견에서 “부지 내 저장시설을 운영하겠다는 것은 방폐장특별법 18조를 정면으로 무시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이 독소 조항을 무조건 삭제하라“고 요구했다.2005년 3월31일 제정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의 유치지역 지원에관한 특별법‘ 제18조는 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의 건설 제한을 골자로 하는 것으로, ’「원자력안전법」 제2조제5호에 따른 사용후핵연료의 관련 시설은 유치지역에 건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원전범대위는 현재 여야의원 3명이 추진중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 방폐장유치지역지원 특별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므로 법 제정 과정에서 '원전부지내 저장'조항만은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을 주도한 원전범대위는 원자력발전정책에 따른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경주시장 소속으로 2018년 출범한 자문기구다. 이날발표한 성명서에는 원전주변지역 3개읍면 발전협의회, 대한노인회경주지회, (사)경주발전협의회도 단체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23년2월20일 보도: 기사하단 관련기사 참조>

경주시 자문기구가 주도한 기자회견에 대해 주낙영 시장은 공식발언을 통해 이를 비판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주낙영 시장은 2023년 2월22일 경주시 월성원전·방폐장 민간환경감시위원회 제69차 정기회의를 주재하면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조기 제정을 촉구하면서 “범대위의 주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실성 없는 주장으로 법안심의를 지연시키는 구실을 제공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 시장은 “영구처분시설이 마련되기 전까지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부지내임시저장시설 운영을 사실상 수용하는 취지의 발언으로 범시민대책위를 비판했다.
<경주포커스 2023년2월23일 보도 - 기사하단 관련기사 참조>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의 주요내용을 두고 주낙영 경주시장과 경주시장 소속 자문기구가 의견을 대립하는 이례적인 모습이 대외로 표출된 것이다.

경주시원전범시민대책위는 주 시장의 발언 이후 더 이상 ‘원전부지내 임시저장 시설 삭제’요구는 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원전범대위의 기자회견을 비판한 주낙영시장의 발언을 보도한 2023년2월22일 경주포커스 기사.
원전범대위의 기자회견을 비판한 주낙영시장의 발언을 보도한 2023년2월22일 경주포커스 기사.

주 시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은 “영구처분장은 핵산업계의 과제이자 국가의 과제이지 경주시민의 과제가 아니다”면서 “주낙영 시장의 주장대로 ‘부지내 저장시설’ 갈등이 특별법 제정에 장애가 된다면, 정부와 핵산업계가 ‘부지내 저장시설’ 조항을 삭제하고 특별법을 제정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경주시장이 취해야 할 태도”라고 지적하며 주 시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오랫동안 논란이 돼온 ‘원전 부지내 임시저장 시설 운영’조항은 특별법 제정 여부가 막판으로 몰린 21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회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쟁점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원자력계와는 달리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7일 성명을 내고 “정부에서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 법은 사실상 핵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반쪽짜리 법안이다. 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국민들과의 소통은 없이 핵발전 확대와 수출만 바라보는 정부와 핵산업계의 아집만 반영된 법안”이라며 “고준위 특별법 통과가 핵산업계에게 있어 이윤을 보장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핵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국민들 책임은 확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 여야 정치권의 야합으로 결정하거나 핵 진흥만을 위해 졸속 추진해서는 안된다”며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을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핵폐기물을 계속 발생시키는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을 취소하고 신규핵발전소 건설 추진을 중단하는 것이 옳다” 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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