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결과 조작, 불합격 → 합격 둔갑
시험결과 조작, 불합격 → 합격 둔갑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3.05.28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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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원안위 발표 살펴보니....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8일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제어케이블이 신월성원전 1․2호기를 포함 신고리 1․2․3․4호기 등 6개 원자로에 설치된 사실을 확인했다.

해외시험기관 결과 위조 불합격을 합격으로 둔갑
원안위는 문제가 된 제어케이블의 원본 시험성적서를 분석한 결과, 문제의 부품이 해외 시험기관의 검증 결과 시험에 실패했는데도 검사를 담당한 국내 시험기관의 직원이 이를 위조했음을 밝혀냈다고 밝혔다.
국내 시험기관이 제어케이블 시험의 일부를 해외 시험기관에 의뢰했는데 그 시험성적표를 받은 국내 시험기관의 직원이 이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냉각재 상실 고온고업에서 동작 시험
이번에 국내시험기관이 해외시험기관에 의뢰한 시험내용은 LOCA(Loss of Coolant Accident)시험으로, 원자로 냉각재가 상실되는 고온․고압의 환경에서 기기의 동작을 검증하는 시험이다.

시험그래프 수정, 시험결과 조작 등으로 위조

▲ 시험에 필요한 압력 조건이 요구기준을 만족하지 못하자 시험 그래프를 수정한 모습
위조한 내용을 살펴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시험에 필요한 압력조건이 요구기준을 만족하지 못하자 시험그래프를 수정했다.

▲ 시험결과 원본과 위조한 보고서.

▲ 시험결과 보고서를 위조한 사례(요약)

여기에 더해 시험결과를 조작하기까지 했다.
해외 시험기관이 보낸 시험결과를 조작하여 시험에 합격한 것 처럼 보고서를 위조한 것이다.
즉 해외시험기관이 총 12개의 시편중 3개만 합격한 것으로 시험결과 원본을 보내오자, 국내시험기관은 합격한 2개 시편 및 실패한 1개 시편 결과만 담아 보고서를 위조했다. 이 과정에서 실패한 1개 시편은 시험과정상의 문제인 것으로 평가했다.

12개의 모든 시편이 성능시험에 합격해야 하기 때문에 이 시험결과는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신월성 1․2호기와 신고리 1․2호기는 시험그래프 뿐만 아니라 시험결과도 위조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건설중인 신고리 3․4호기는 시험성적서의 일부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시험기관의 안전불감증, 도덕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제어케이블 문제발생 하면 방사성 차단,핵연료 냉각 기능 상실...핵심설비
원안위에 따르면 제어케이블은 원전 사고 발생시 원자로의 냉각과 원자로 건물의 압력저감, 방사선 비상시 외부로의 격리기능을 담당하는 안전설비에 동작신호를 전달하는 안전설비다.
원안위는 ‘제어케이블이 비상시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핵연료 냉각 및 외부로의 방사성 물질 차단 기능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한마디로 핵심 안전 설비로 해석할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제어케이블이 설치되는 주요 계통은 원자로 냉각재계통, 안전주입계통,정지냉각계통,화학및 체적제어계통, 1차기기 냉각수 계통, 격납건물 계통등이다.
1개 원자로당 케이블의 길이는 5km정도로 알려져 있다.

제보 없었으면 어떡할뻔 했나?
이번 조사는 지난 4월26일 원안위 원자력안전신문고에 접수된 제보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불량부품 납품사건 발생이후 지난 2월부터 원안위가 재발방지대책의 일환으로 홈페이지에 개설한 코너에 제보가 접수된것.
신고리 3․4호기 안전등급 케이블이 위조됐다는제보내용을 일부 확인한뒤 5월16일 가동중인 신고리 1․2호기, 신월성1호기에 대한 시험성적서 위조여부에 대해 우선조사를 착수했다.
이어 5월27일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에 시험성적서가 위조돼 설치된 케어케이블에 대한 안전성 평가결과를 도출했다는 것이 원안위가 설명하고 있는 그동안의 조사개요다.

이같은 사실은 국가전력산업의 핵심이자 국민들의 생존이 걸린 원자력 안전이 '제보'에 의존해 해결해야는 현실이라는 점도 보여주고 있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28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자체 검증시스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외부제보로 확인된 것으로, 외부 제보가 없었다면 위조부품을 설치한 위험한 원자력발전소가 계속 가동됐다는 뜻이 된다”며 “원전을 둘러싼 비리가 얼마나 뿌리깊고, 정부와 한수원의 안전시스템에 허술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원전신뢰 또한번 추락
원전의 위조 부품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영광(한빛) 원전 5·6호기에서 품질 검증서가 위조된 부품이 공급된 사실이 드러나 한동안 가동이 중단된 적이 있다. 당시 원안위 조사 결과 원전에 납품된 부품 가운데 12개 품목 총 694개 부품의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고리 2호기와 영광 1~4호기에 납품된 180개 품목 1천555개 부품의 시험성적서도 위조된 것으로 추가 확인되기도 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수많은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 의미는 퇴색될 것으로 보인다. 
원전에 대한 신뢰성은 또한번 바닥으로 추락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경주지역에서 이번 사건은 또 한번 거센 논란으로 번지는 것도 피할수 없는 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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