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자사고 설립 반대운동 '시동'
한수원 자사고 설립 반대운동 '시동'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3.07.25 17:2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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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서열화 공교육 황폐화 가속... 공교육 여건개선 투자로 전환 제안

한수원이 추진하는 자율형 사립고 설립계획에 대한 반대운동이 시작됐다.

한수원은 오는 2016년 개교를 목표로 총 사업비 787억원을 들여 자율형 사립고를 설립하는 계획안을 지난 4월말 이사회에서 의결했으며, 경주시와 협의를 거쳐 현재 논의중인 3곳의 학교설립후보지 가운데 한곳을 선정해 이달안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경주시등에서는 지역인재 양성과 인구유입등의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한수원 자사고 설립을 크게 환영해 왔다.

이런 가운데 공교육을 걱정하는 경주시민들의 모임을 중심으로 한 한수원 자사고 설립 반대운동은 향후 지역사회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주시민의 모임은 한수원자사고 설립 반대운동의 시작으로 25일 설립을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 2006년 방폐장유치지역 지원사업 수용불가 항목을 설명한 경주시 자료.
한수원 자사고를 설립하는 대신 설립에 필요한 초기 비용 787억과 학교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매년 40억원 안팎의 예산을 경주지역 공교육 여건 개선사업에 전환하는 등의 대안을 지역사회가 함께 모색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 모임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주시 초, 중등지회, 참교육 학부모회 경주시지회, 경주시민포럼등이 참가하고 있다.

25일 발표한 성명은 교육기회 불평등 확대, 고등학교간 서열화 고착, 입시경쟁과열화, 사교육비 증가 등 자율형 사립고등학교가 이미 실패한 교육정책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한편 자사고 설립에 따른 혜택이 극소수에 제한되는 만큼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입장을 담고 있다.

경주시민의 모임은 이 성명에서 “경주지역은 오랜 기간 고교 비평준화, 학교서열화의 공고한 틀 속에서 중학교부터 과도한 입시 경쟁에 시달리고 있으며, 대학입시 준비를 시작하기도 전에 체력도, 정서도 바닥을 향해 치달리며, 창의적 인재가 될 가능성은 축소되고 왜곡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경주의 공교육 여건 속에서 한수원 자사고 설립이 추진된다면 경주시민 자녀 20%, 한수원 직원 자녀 40%, 전국모집 40%로 구성되는 귀족학교가 기존의 경주 교육체제 위에 군림하며 경주시의 일반학교 속에서 교육받는 대다수의 평범한 중고등학생들은 소위 루저(패배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자사고 설립을 반대했다.

경주로 이전하는 한수원 직원들을 위한 정책의 하나로 추진되는데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내놨다.
경주시민의 모임은 이어 “한수원 자녀들도 60%의 전국 및 경주 모집 우수 성적 학생들로 가득한 학교 내에서 내신 성적 하위권을 받쳐주는 또 다른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한수원의 복지 중 하나라고 단순히 생각하는 것도 그다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의 모임은 자사고 설립을 중단하는 대신 학교별 특성화 사업지원, 경주형 혁신학교 추진, 마을단위 복합 도서관 설립, 경주시 교직원 역량강화 사업 추진등 다양한 대안을 지역사회가 함께 모색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경주시민의 모임 관계자는 “자사고로 출발했던 상당수 학교에서도 일반계 고교로 전환을 시도하는 곳이 있을 정도로, 자사고는 공교육을 죽이고 학생들의 경쟁교육의 나락으로 빠트리는 실패한 정책으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한수원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지역 공교육 발전을 위해 사용한다면 교육의 전반적인 질을 높이게 될 것이며 인구유입등 실질적인 지역발전을 도모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시민의 모임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경주지역에 특수한 형태의 고교설립은 지난 2006년 6월 경주시가 정부에 요청한 118건의 방폐장유치지역 지원사업 목록 가운데 1번으로 지정할 만큼 경주시등 지역사회 일각에서 강한 애착을 보여왔다. 인재양성, 인구유입등의 효과로 지역사회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였다.

당시 정부는 그러나  경주시가 요청한 118건의 지원사업중에서 최종적으로 특목고 설립은 거부했다.
특히 고교 설립 허가권을 갖고 있는 경북도교육청은 고교정원 미달이 발생하고 현실에서 고교설립이 부적절하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 해왔다.

그러나 지난 2007년 11월9일 방폐장 착공식에 참석한 고 노무현대통령이 ‘우니라라 최고의 자립형 사립고 설립을 한수원 사장이 약속했다’고 언급하면서 자사고 설립이 확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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