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시의회, 엑스포 예산지원 중단등 근본개선책 시급 한목소리
뿔난 시의회, 엑스포 예산지원 중단등 근본개선책 시급 한목소리
  • 경주포커스
  • 승인 2013.10.0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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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시의회. 엑스포 조직위 간담회

“경주는 세계문화엑스포 행사 안하고도 그동안 잘 살았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땅값 많이 올랐는데 매각해 버리면 된다." (서호대 시의회 문화행정위원장)

"경주시와 경북도가  예산은 절반씩 부담한다. 동업 비슷한 거다. 그런데 경북도는 경주시의 상급기관이다. 구조적인 문제다. 결별하든지, 구조적인 문제를 인정하고 계속하든지 둘중 하나를 선택할 때다."(내남면 이종근 의원) 

경주시의회 의원들이 (재)문화엑스포에 단단히 뿔났다.
경북도와 경주시가 운영비를 비롯한 각종 행사비 예산을 절반씩 부담하는 현행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든가, 더 이상 경주시 예산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는 근본적인 개선요구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지난 7일 열린 경주시의회 전체의원간담회 자리에서다.

서호대, 이종근의원의 발언도 이런 분위기에서 나왔다.
서호대 의원이  엑스포 공원 부지 매각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발언을 한 것도, 지난 1999년 (주)도투락으로부터 534억원을 들여 천군동 엑스포 공원 부지를 매입할때 경주시가 그 절반인 267억원을 부담했고 따라서  경주시가 엑스포에 경북도와 함께 절반의 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경북도와 절반씩 분담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개선필요성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 7일 전체시의원 간담회에서 박의식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처장(맨 왼쪽 서있는 이)이 시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처럼 시의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온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8월31일부터 9월22일까지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 개막식을 비롯한 각종 행사에서 최양식 경주시장과 정석호 시의회의장, 시의원들에 대한 의전상의 홀대문제다.

그러나 상당수 시의원들은 경주에서 개최된 다섯처례의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때나 지난 2006년 열린 캄보디아 앙코르 문화엑스포때에도 비슷한 문젯점들이 반복적으로 되풀이 됐다는 점을 들며,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발생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예산은 경주시와 경북도가 절반씩 부담하지만, 경북도가 경주시의 상급기관인데다, 엑스포 조직위원회의 인적구성이 경북도 중심이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게 다수 의원들의 시각이다.
따라서 이같은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게 시의원들 절대다수의 의견으로 보인다.

7일 오전 11시40분부터 경주시의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전체의원간담회는 이스탄불 행사 개최 결과 및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간담회였다.
이동우 경주엑스포 사무총장이 서울 행사 참석을 이유로 불참한 가운데 박의식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 사무처장이 나와 이스탄불 행사 성과를 설명하고 시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박 사무처장의 성과보고에 이어 12시부터 약 1시간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시의원들은 엑스포 조직위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박 사무처장은 행사기간 관람객이 490만명 다녀갈 정도로 마케팅의 신기원을 이룩하는등 성공적인 행사라고 자평했지만, 시의원들은 이같은 성과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이스탄불 행사에 대한 평가와 개선과제는 제대로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올해 이스탄불 행사에 투입된 예산은 총 160억원.
국비 48억과 엑스포 자부담 33억5000만원을 제외하고, 경북도와 경주시가 각각 39억2500만원씩 똑같이 부담했다.
시의원들은 이같은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스탄불 행사에서 드러난, 경주시와 시의회에 대한 의전상의 홀대를 집중거론했다.

현지 개막식 행사에 참석했던 이종근 의원(성건․중부)이 밝힌 대표적인 의전상의 홀대는 다음과 같다.
-현지에서 열린 6.25 한국전 참전 용사 행사때 최양식 경주시장, 정석호 시의회 의장은 소개조차 하지 않았다.
-개막식 전날 열린 도지사 주최 만찬에서 시의회 의장의 좌석을 헤드테이블에 배치하지 않았다. 도의회 의장은 동행한 부인까지 헤드테이블에 배치한 것과 대조를 보였다.
-개막식 행사장에서 경주시의회 의장의 좌석이 둘째줄에 배치됐다. 경주시의원들의 자리는 한쪽 구석이었다. 도의회 의장은 부인까지도 맨 앞줄에 배치했다.
-시의원들에 대한 예우는 관광객 수준이었다.

박의식 사무처장은 현지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의원들의 비판은 좀체 가라앉지 않았다.
시의원들의 발언에서는, 엑스포 개최에 따른 예산은 경주시와 경북도가 같은 금액을 지불하는데 비해 의전을 비롯해 모든 행사가 경북도 위주로 진행되면서 경주시는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자조적인 푸념이 쏟아져 나왔다.

경북도 중심의 행사에 대한 질책과 함께 향후에는 경주시가 예산을 절반 부담하는 현행방식을 폐지하거나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같은 의전적인 문제가 단지 헤프닝이 아니라, 경북도 중심으로 조직위가 구성되고 운영되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비판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일부 시의원들 "더이상 보고를 들을 필요가 없다"며 회의장을 나가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내년부터 엑스포와 관련한 예산은 절대 승인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터키 이스탄불 행사성과를 공유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열린 간담회는 이처럼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대한 집중적인 성토로 끝났다.
예전에도 엑스포 조직위에 대한 시의회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확실히 다른 분위기다.당장 내년도 예산심의때 문화엑스포 관련 운영비등의 삭감을 공언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엑스포조직위, 경북도가 어떤 개선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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