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돌아 달과 젓대소리에 달이 멈추는 곳
천년을 돌아 달과 젓대소리에 달이 멈추는 곳
  • 경주포커스
  • 승인 2011.10.1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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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협 경주방랑] 사천왕사, 월명리, 월명스님

▲ 월명재.

“신비한 황금의 나라”
“달빛에 여유와 풍류를 적시던 나라 신라!”
이는 1천여년 전 이웃나라 뿐 아니라 멀리 페르시아에서까지 우리나라를 부러워하며 부르던 말입니다.
이는 단지 황금을 많이 사용한다는 겉모양새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이 황금같이 밝고 빛나며 이 땅이 또 한 그러한데서 연유되었겠습니다.

농부들의 새 쫓는 소리나 새들의 지저귐 소리 모두 가을 향연의 한 음률입니다.
지금의 우리 들판을 바람에 맡겨 거니노라면 황금의 나라 그대로이며, 들판엔 농부들의 땀이 금구슬로 익어가고 산과 바다는 하늘빛을 받아 빛납니다. 밤이어도 그렇습니다.

음력 8월, 한가위를 장식하며 휘영한 밤 하늘, 별과 달도 금빛 그대로인 때. 우리 선조들의 달사랑을 떠올립니다. 신라 궁궐 이름도 월성(月城), 궁궐의 연못 이름도 월지(月池), 가장 멋지고 큰 다리도 월정교(月精橋)라 하여 달과 인연합니다. 선조들님의 달사랑을 알만하지요.

오늘은 가을 달에 수행과 풍류와 가르침을 함께하셨던 신라의 스님을 만나봅니다.
피리로 달을 불던 월명(月明)스님.
신라 제35대 경덕왕 때의 승려로 신라향가인 ‘도솔가’와 ‘제망매가’의 작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삼국유사>에, ‘월명은 언제나 사천왕사에 살면서 피리를 잘 불었다. 달밤에 피리를 불며 큰 길을 지나자 달이 운행을 멈추었다. 이 길을 월명리(月明里)라 하였다’고 적고 있습니다.

월명스님이 서라벌 남산(南山)과 낭산(狼山) 사이 밤길을 걷다 문득 적당한 바위에 걸터앉고는 달과 바람과 들풀꽃과 소나무 몇 그루를 무대 삼아 피리를 붑니다. 천지신명도 객석에 자리하였을 것이고 서라벌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이다가, 때론 설레임에 잠못들게 했던 시간은. 이미 천 수 백년 전이지만 피리소리는 지금도 사천왕사 앞 남천 강물을 따라 흐르며 밤하늘 달에도 젖어 경주 땅을 비추고 있습니다.

 
 
박물관 강사, 포항MBC문화재 해설, 시인, 서각가, 대금동호회원.
경주문화축제위원회 위원.
선덕여왕릉, 신문왕릉이 있고, 당당하며도 세련된 황복사지3층석탑 날개짓에 백결선생이 거문고를 타던 그 낭산 남쪽 기슭 하늘문을 지키는 사천왕사. 지금은 발굴조사 중이라 맘껏 절터를 거닐순 없지만 그 앞 거리 어드메 쯤 있는 ‘월명리’는 맘껏 걸을 수 있지요.

음력 9월 보름이면 경주에서는 월명스님의 피리소리를 기리며 ‘월명재’라는 피리축제를 엽니다. 경주 문화꾼들이 마련하여 누구나가 흥겹고 정겹게 달과 대금과 단소를 비롯한 온갖 피리소리를 즐길 수 있으니, 천년의 시공을 돌아 다시 월명스님께서 이 땅에 오시는 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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