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소리를 듣는 집,경주남산 옥룡암 그리고 부처바위
가을 소리를 듣는 집,경주남산 옥룡암 그리고 부처바위
  • 경주포커스
  • 승인 2011.11.15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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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손수협 경주방랑]

옥수수 삶는 구수함에 더위도 고마웠습니다. 곡식이며 과일들도 충분한 볕이 고마웠을 테지요. 방학을 맞아 시골로 간 아이들, 마당에 누워 별 헤는 소리에 모깃불은 은하수가 되기도 했을겁니다. 뜨겁던 햇살이 따끔하다는 표현으로 바뀌며 이렇게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았다가 그도 보내고 있습니다.

▲ 가을 소리를 듣는집, 옥룡암. 단풍과 어우러진 가을정취가 아름답다.
가을, 경주남산에 ‘가을소리를 듣는 집(秋聲閣)’이 있습니다.
신라 왕경 남쪽에 있는 산이라 하여 남산(南山)입니다.

남산은 궁터 월성에서 보면 도당산, 금오산, 고위산(수리산)을 주봉으로 남북 8km, 동서 4km, 최고 높이 해발 494m에 골짜기마다 기암괴석이 많아 신라불교 사상의 중심지로 자리해왔습니다.

신라시조 박혁거세께서 탄생하신 나정이 있고 첫 궁궐이 남산에 세워지고, 불교가 공인되면서 수많은 불상과 탑과 절을 세워 삼국유사에는 ‘사사성장(寺寺星張) 탑탑안행(塔塔雁行)’이라 하여, 절이란 절은 밤하늘의 별처럼 많고 탑이 서있는 모양은 기러기가 줄지어가는 듯 하더라며 절묘하게 남산과 경주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유치환님은 ‘신라인들은 남산 바위에 부처를 새긴 것이 아니라 부처를 찾아냈다’며 산과 바위에 어우러지듯 불탑을 조성한 솜씨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남산 산신은 신라 제49대 헌강왕 앞에서 춤을 보였으니 산신이 살며 서라벌을 수호하던 호법도량이기도 했습니다.

신라 말에는 후백제 견훤의 침입을 받아 포석정에서 경애왕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신라가 최후를 맞은 곳이기도 하니 남산은 신라의 개국에서 흥망까지를 함께 한 역사의 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조선조 생육신의 한 분이며 일세의 천재였던 매월당 김시습 선생이 소설을 쓰고는 금오산에서 썼다하여 ‘금오신화(金鰲新話)’라 이름 했습니다.

바로 이 금오산 동쪽 탑곡이란 골짜기에 ‘옥룡암(玉龍庵)’이 있습니다.
경주를 자주 찾는 이들, 남산 산행을 여러 번 한 이들도 놓치기 일쑤인 가을이 아름다운 절입니다.
이 절 대웅전 위쪽에는 34체의 불보살, 탑, 천녀, 승려상, 신장상 등이 바위 네 면에 만다라처럼 조각된, 일명 ‘부처바위’라 부르는 ‘탑곡마애조상군(塔谷磨崖彫像群)’이 있습니다. 가을이면 단풍과 육송, 작은 계곡물이 어우러진 모습이 환상적입니다. 거기에 키 높은 은행나무 두 그루가 노란 잎을 내려 황금카펫을 깔아줍니다.

▲ 옥룡암의 새로지은 종무소 이름은 가을소리를 듣는집, 추성각이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울산가는 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이내 오른쪽으로 산림환경연구소 방향으로 우회전, 3백미터 가량 가면 남천이란 강이 나오고 강다리를 지나며 바로 우회전하여 둑길을 따르면 ‘금오산옥룡암’이란 표지판이 나오고 길옆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차로도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겠습니다만 걷는 것이 ‘가을 길’의 행복을 가지는 것임을 확신합니다.

입구에 들어서면서 비포장에 애기단풍 숲길을 빨리듯 들어갑니다.
차마 떨치고 간다던 만해 한용운 선사가 되어도 좋겠습니다. 암자 입구 극락세계로 들어가는 좁다란 돌다리 안양교에 걸터앉아 하늘과 같은 모습으로 물에 비친 단풍에는 쉽게 자신을 잊게 됩니다.

암자로 들어서면 최근 고쳐 새로 지은 종무소가 있으니 아담한 현판이 문 위에 걸려있습니다.
‘추성각’ - 가을소리를 듣는 집입니다. 제각기 가을을 접하고 느끼는 방법이 다르겠습니다만 이곳에서는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소리로 가을을 접하는가봅니다. 남산에서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절을 꼽으라면 당연 ‘옥룡암’일진데, 게다가 ‘추성각’이 있으니 가을의 풍류와 여유는 필설로는 다 못하겠습니다.

 
시인. 문화유사해설가 종무소 위로 천연스런 돌계단 몇 개를 오르면 나지막하고 소담한 전각 대웅전과 칠성각, 일로향각이 있습니다. 참 적당한 크기다 싶습니다. 계단이든 마당이든 마루든 어디든 걸터앉아 가을이 들려주는 전설같은 소리를 들으면 됩니다.

가을 옥룡암 탑곡 답사에서만큼은 ‘부처바위’가 ‘옥룡암’의 엑스트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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