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에도 외면받은 경주3.1독립만세운동 발상지 표지석
3.1절에도 외면받은 경주3.1독립만세운동 발상지 표지석
  • 김종득 기자
  • 승인 2023.03.0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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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득기자의 경주읽기
기자가 경주신문 재직때인 2002년 8월19일자 1면지면.
기자가 경주신문 재직때인 2002년 8월19일자 1면지면.

‘경주에 광복절은 없다’
21년전인 2002년8월, 광복절을 맞아 기자가 경주신문 재직때 쓴 기사제목이다.
일제식민지배에서 벗어나 조국이 독립된 국경일 광복절이지만, 경주시단위의 경축행사는 물론 민간차원의 변변한 행사조차 열리지 않는 것을 아쉬워하며 썼던 기사였다.

2023년 3월1일, 일제 식민통치에 맞서 전세계에 민족의 자주독립을 선언하고 온 민족이 총궐기하여 만세시위를 벌인 3.1절 104주년을 맞이한 날, 그러나 경주에 3.1절은 없었다.
경주시 차원의 행사는 올해 없었다.

1919년3월15일, 경주에서는 경주작은 장이 섰던 봉황대 아래에서 만세시위를 벌였다.
앞서 3월13일 예정했던 만세시위 주모자로 몰려, 또는 3월15일 만세시위로 많은 이들이 일제 경찰에 체포됐다.
징역형을 선고한 일제법원의 재판기록이 전해져 오는 사람만 무려 12명이다.

경주시는 지난해 3월1일 경주만세운동의 내용,의의를 담은 ‘경주 3·1독립만세운동 발상지’ 표지석을 1919년3월15일 경주독립만세운동이 벌어진 현장에 건립했다.
그날 성대한 기념식도 열었다.
그 이전 경주시차원의 기념행사로는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개최한 것이 전부였던것과 비교하면 달라도 크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지난해 건립한 ‘경주 3·1독립만세운동 발상지’ 표지석은 경주시민들에게 선조들의 독립정신을 기리는 장소로,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경주시민들의 독립정신을 알리는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해마다 기념식을 열릴 것으로도 기대됐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난해 3월1일 경주시와 경주문화원이 ‘경주 3·1독립만세운동 발상지’ 표지석 제막식을 하는 모습.
지난해 3월1일 경주시와 경주문화원이 ‘경주 3·1독립만세운동 발상지’ 표지석 제막식을 하는 모습.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대한민국 헌법전문은 오늘 대한민국의 뿌리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이며 그 시작이 3·1운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그가 속한 공동체의 특정한 경험을 기억한다. 개인의 기억은  공동체의 기억으로 재구성되고 공동체의 의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경주 3·1독립만세운동 발상지 표지석은 104년전 경주의 독립만세운동을 기억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다.
경주시가 지난해 표지석을 세운것도 오늘을 사는 경주시민이 100여년전 그날 선조들의 자랑스런 독립정신을 잊지 말고 기억하는 장소로 삼자는 목적이 가장 컸을 것이다.

그러나 2023년3월1일, ‘경주 3·1독립만세운동 발상지’ 표지석에는 그 흔한 꽃 한송이 놓여 있지 않았다.
SNS에 온갖 소식이 넘쳐났지만, 국회의원도, 시장도, 수많은 기관단체장, 사회단체장  그 누구도 1919년 3월 경주만세시위 현장을 방문했다는 소식을 알리는 이는없었다.

이날 경주에서 3.1절 행사는 민간주도로 2개가 열렸다. 경주평화연대라는 단체는 내남면 노곡리 박상진 의사 묘에서 추모행사를 열었다. (사)경주동학역사문화사업회는 천도교 경주교구에서 ‘3·1만세운동 기도처 안내판 세움식’을 열었다. 뜻깊은 행사를 마련한 이들 단체도  경주 3·1독립만세운동 발상지’ 표지석은 방문하지 않았다.

1919년 경주에서 3.1독립만세운동이 벌어진 장소는 2019년이전까지만 해도 신한은행 네거리로 잘못 알려져 왔다. 
정부기관인 독립기념관 공식 자료에서조차 그렇게 잘못 표기될 정도였다.
불과 100년전 역사가 그렇게 비뿔어진채 잘못 전해져 왔다.
공동체의 집단기억으로 바로세우지 않았거나 못한 탓이었다.
경주에 살며 각종 자료조사와 치열한 연구를 통해 현재의 위치로 바로잡은 사람은 다름아닌 일본인 아라키준박사였다.

3월1일 낮 12시께 경주독립만세운동 발상지 표지석. 화환은 지난해 본사가 주최한 경주시독립운동사적지 탐방참가자들이 성금으로 마련한 것이다.
3월1일 낮 12시께 촬영한 경주3.1독립만세운동 발상지 표지석. 화환은 지난해 8월15일 본사가 주최한 경주시독립운동사적지 탐방에 참가했던 시민들이 낸 성금으로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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